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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좋은 시 단추를 채우면서

무명시인M 2021. 4. 2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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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좋은 시 단추를 채우면서. Photo Source: www. pixabay.com

천양희 좋은 시 단추를 채우면서. 첫 단추를 잘 끼워야한다고 흔히 말하지만.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출처 : 천양희, 단추를 채우면서, 오래된 골목, 창작과비평사,1998.

 

🍎 해설

누구나 늘 단추구멍을 잘 찾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첫 걸음마에서 넘어진 적이 없었는가?

당신에게는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가 없었는가?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이 없었는가?

 

세상에 쉬운 일 하나도 없다. 세상일 내 뜻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 단추구멍 잘 찾아서 옷 한 벌 입기도 어렵다. 시인은 이렇게 격려해 준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는 깨달음을 얻으면 된다.

 

🌹 신경숙 작가의 감상문

지금도 누군가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있겠지만, 그래서 할 수 없는 인간밖에 더는 못되겠지만, 이제는 죄가 깊어 쐐기풀 옷으로도 구제받지 못할 정도라 할지라도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이 한 구절 앞에 마음을 비벼본다. 무릎을 꿇어본다.

언론 기고문에서 발췌.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Photo Source: www.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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