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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좋은 시 아버지의 그늘

무명시인M 2021. 4. 1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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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좋은 시 아버지의 그늘. Photo Source: www.unsplash.com

신경림 좋은 시 아버지의 그늘. 당신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자기 성찰을 해 보자.

아버지의 그늘

/신경림

툭하면 아버지는 오밤중에
취해서 널브러진 색시를 업고 들어왔다,
어머니는 입을 꾹 다문 채 술국을 끓이고
할머니는 집안이 망했다고 종주먹질을 해댔지만,
며칠이고 집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값싼 향수내가 나는 싫었다
아버지는 종종 장바닥에서
품삯을 못 받은 광부들한테 멱살을 잡히기도 하고,
그들과 어울려 핫바지춤을 추기도 했다,
빚 받으러 와 사랑방에 죽치고 앉아 내게
술과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화약장수도 있었다.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나는 자랐다,
아버지가 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노라고
이것이 내 평생의 좌우명이 되었다,
나는 빚을 질 일을 하지 않았다,
취한 색시를 업고 다니지 않았고,
노름으로 밤을 지새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런 아들이 오히려 장하다 했고
나는 기고만장했다, 그리고 이제 나도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진 나이를 넘었지만,
 
나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 일이 없다,
일생을 아들의 반면교사로 산 아버지를
가엾다고 생각한 일도 없다, 그래서
나는 늘 당당하고 떳떳했는데 문득
거울을 쳐다보다가 놀란다, 나는 간 곳이 없고
나약하고 소심해진 아버지만이 있어서,
취한 색시를 안고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고,
호기있게 광산에서 돈을 뿌리던 아버지 대신,
그 거울속에는 인사동에서도 종로에서도
제대로 기 한번 못 펴고 큰 소리 한번 못 치는
늙고 초라한 아버지만이 있다.
❄출처 : 신경림, 아버지의 그늘,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창비, 1998.
🍎 해설
아버지라는 존재를 증오하면서 반면교사로 삼고 평생을 살아온 시인의 자서전적 이야기가 담긴 시다. 솔직하게 털어 놓는 시인의 대담성에 우선 놀란다. 시인은 아버지처럼 빚질 일 안 하고, 색시 업고 다니지 않고, 노름으로 밤 새우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보고 놀란다. 거울 속엔 또 다른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울 속의 나는 내가 아니라 나약하고 소심해진 아버지, 늙고 초라한 아버지로 존재함을 깨닫는다. 이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이고 자기 성찰의 경지이다. 동시에 아버지에 대한 시적인 화해와 긍정과 사랑의 세계다.
참으로 묘한 일이 하나 있다. 지금도 아들들은 대부분 아버지처럼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회사 일을 핑계로 매일 곤드레 만드레로 돌아오는 아버지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딸들은 아버지에게 항상 기죽어서 사는 어머니처럼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알면서도 매번 당한다. 그들이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된 후에는 그들이 미워했던 자신들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해가 되고 미워했던 그 분들을 닮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 분들을 그리워하고 사랑하게 된다. 이건 과거진행형이었고 현재진행형이다. 어쩌면 미래진행형일지도 모른다.
🌹 마종기 시인과 아버지
마종기 시인(미국 의사)은 아버지 마해송 시인이 꼿꼿하게 사셨지만 늘 쪼들려 미국 병원이 돈 많이 준대서 미국으로 떠났다. 그는 미국에 가면서 “아버지처럼 가난하게 살기 싫다.”고 말했다.
수십년이 지나 서울 명륜동 생가 툇마루에 앉아 다음 시를 쓴다.
박꽃
/마종기
그날 밤은 보름달이었다.
건넛집 지붕에는 흰 박꽃이
수없이 펼쳐져 피어 있었다.
한밤의 달빛이 푸른 아우라로
박꽃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박꽃이 저렇게 아름답구나.
―네.
아버지 방 툇마루에 앉아서 나눈 한마디,
얼마나 또 오래 서로 딴 생각을 하며
박꽃을 보고 꽃의 나머지 이야기를 들었을까.
―이제 들어가 자려무나.
―네, 아버지.
문득 돌아본 아버지는 눈물을 닦고 계셨다.
 
오래 잊었던 그 밤이 왜 갑자기 생각났을까.
내 아이들은 박꽃이 무엇인지 한번 보지도 못하고
하나씩 나이 차서 집을 떠났고
그분의 눈물은 이제야 가슴에 절절이 다가와
떨어져 있는 것이 하나 외롭지 않고
내게는 귀하게만 여겨지네
 마종기 시인도 자신의 아이들이 모두 집을 떠난 뒤에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깨닫게 된다.
🌹인순이의 아버지
인순이의 아버지의 작사는 너무 어려웠다. 무려 작사자 4명이 매달렸다. 합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아버지에 대한 정의가 어려웠다. 그만큼 그 정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가까이에 있어도
다가서지 못했던
그대 내가 미워했었다.”
인순이의 아버지 노래듣기
-인순이의 자전적인 노래
6R(1), #24, In Soon-i - Father, 인순이 - 아버지, I Am A Singer 20110821 - YouTube

Photo Source: www.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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