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함민복 좋은 시 눈물은 왜 짠가

무명시인M 2021. 4. 1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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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좋은 시 눈물은 왜 짠가. Photo Source: www.unsplash.com

함민복 좋은 시 눈물은 왜 짠가. 수필이 아니라 시다. 감동적인 시이다.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혔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금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출처 : 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작과비평사, 1996.

 

🍎 해설

이 시는 피천득 시인의 수필처럼 술술 읽혀진다. 그러다가 굶주린 아이에게 설렁탕 국물을 한 숟가락이라도 더 따라주려는 어머니와 그만 받으려는 아들의 투가리가 허공에서 동시에 툭,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우리의 가슴에도 뭔가 툭하고 부딪쳐 온다. , 눈물이 그래서 짰구나!, 이런 감동이 온다.

 

이 시는 수필이 아니라 시다. 시인이 그렇게 정했고 독자들이 그렇게 정했다. 수필문체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마지막 구절에 가면 아, 이건 시다라고 느낀다.

눈물은 왜 짠가.” 이 아름다운 시어가 이 시를 수필이 아니라 시로 만들었다.

시인은 어린 시절 설렁탕을 먹고 있는 게 아니라 눈물을 먹고 있었다.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시인은 어린 시절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면서도 병들고 늙은 어머니에 대한 깊은 애정,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더 주던 인정 많은 음식점 주인아저씨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있었다.

 

진정성 있는 사나이의 눈물이다. 가난은 수치와 고통만이 아닌지 모른다. 가난은 때로는 진실한 삶과 애틋한 사랑을 만나게 해 주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혔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Photo Source: www.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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