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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좋은 시 비망록.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을 기록한다.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비망록
/문정희
남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출처: 문정희, 비망록, 그녀의 푸른 날들을 위한 시, 북카라반, 2020.
🍎 해설
시마다 방아쇠가 있다. 이 시의 방아쇠는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이다.
별은 꿈과 이상을 상징한다. 자신이 추구하고 있는 그 어떤 정신적 가치를 뜻한다. 시인은 회한에 젖는다. 타인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살려고 했는데 자기를 사랑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도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일기를 쓰는 성찰의 삶을 살려고 했는데 구겨진 속옷만 내보이고 말았다.
평생을 아름다운 가치를 새기며 살려고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마음이 아프다. 정신적 가치와 자신의 이상에서 멀어진 현재의 삶을 성찰하면서 지금이라도 그걸 잊지말자는 뜻에서 이 비망록을 쓴다.
여러분께서도 여러분의 가슴에 박혀 있는 그 어떤 불편한 별의 정체와 현재의 삶을 한번쯤은 성찰해 보시지요.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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