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복효근 좋은 시 안개꽃

무명시인M 2021. 4. 6.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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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좋은 시 안개꽃. Photo Source: www.unsplash.com

복효근 좋은 시 안개꽃. 복효근 시인은 산골의 샘물과 같은 시를 길어올린다.

안개꽃

/복효근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꽃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는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으로 묶여

시드는 목숨을 그렇게

너에게 조금은 빚지고 싶다

 

출처: 복효근, 안개꽃, 어느 대나무의 고백, 문학의 전당, 2006.

 

🍎 해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이 시어가 전체를 압도한다. 사랑은 희생과 헌신을 탄생시킨다. 사랑은 너의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꽃이고 싶다는 마음을 탄생시킨다.

 

누구나 주연을 원한다. 그러나 시인은 주연보다 조연을 자처한다. 아름다움을 거드는 일, 다만 너의 배경이 되는 일, 다만 너의 안개이고 싶다는 시어들은 시인의 겸허와 사려 깊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는 메시지를 아름다운 시적 에스프리로 우리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나는 이 시를 읽고 난 후부터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붉은 장미꽃을 사면서 그 장미꽃을 이쁘게 보이기 위해서 은은히 감싸고 있는 이름없는 안개꽃을 유심히 들여다 보는 습관이 생겼다. 종전에는 안개꽃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었다.

 

동시에, 피천득 시인의 '플루트 연주자'라는 수필 한 대목이 생각났다.

어렸을 때 나는, 공책에 줄치는 작은 자로 교향악단을 지휘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지휘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토스카니니가 아니라도 어떤 존경받는 지휘자 밑에서 무명의 플루트 연주자가 되고 싶은 때는 가끔 있었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Photo Source: www.pixabay.com
Photo Source: www.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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