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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좋은 시 엄마 걱정

무명시인M 2021. 4. 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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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좋은 시 엄마 걱정. Photo Source: www.unsplash.com

기형도 좋은 시 엄마 걱정. 안타까운 기형도 시인의 대표작중 하나다.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출처: 기형도, 엄마 생각,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1991.

 

🍎 해설

시인은 유년기를 추억한다. 엄마는 생계를 책임진 열무이고 배추요, 나는 찬밥이다. 해는 시든지 오래이고 금간 창틈으로 비마저 내린다. 춥고 외롭다. 아랫목은 없고 온통 윗목이다. 뜨거운 것은 오직 눈시울일 뿐이다.시종일관 차갑다.

 

시인은 이 시에서 불확실한 희망보다는 확실한 절망을 택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그러나 시인은 뛰어난 감각적 시적 심상을 통해 이런 절망을 희망으로 느끼게 만든다.

 

기형도(1960~1989)29세의 나이에 요절한 시인이다. 참 아까운 시인이다. 굉장히 센티멘털하고 아름다운 시를 많이 남겼다. 그는 독특한 색채의 시를 많이 썼는데, 전반적으로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시가 주를 이룬다.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시인으로 대표되는데 7, 80년대의 암울한 시대 상황 속 가난과 고통을 글에 녹여내는 한편 일면의 따뜻함과 희망을 노래했다. 한마디로 그의 시는 고뇌하는 젊음의 대명사처럼 보이게도 했다.

 

그는 연세대 출신이다. 윤동주를 배출한 연세대는 정현종 시인, 20년 연하의 기형도 시인으로 이어지는 시인산맥을 만들 수 있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Photo Source: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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