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오규원 내가 꽃으로 핀다면

무명시인M 2024. 3. 30.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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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원 내가 꽃으로 핀다면.

오규원 내가 꽃으로 핀다면. 소박하면서도 겸손하게 살고 싶은 꿈.

내가 꽃으로 핀다면

/오규원

내가 만약 꽃이라면

어디에서

피어야 할까

 

꽃밭도 없는

우리 집 창문 밑에서

토끼풀과 섞여

있다가

한참 자라서

벽을 타고 올라

창문을

똑 똑 똑

두드리며

피어야할까

 

산골짜기

개암나무와

망개나무의 가지와

잎 사이로

다람쥐처럼

잠깐 잠깐

얼굴을 내밀었다가

숨겼다가 하면서

피어야 할까

 

아니면

강변 바위 그늘에서

새끼를 키우는

물새와 함께

물소리를 들으며

조약돌처럼

물새알처럼

작지만

동그랗게

피어야 할까 🍒

 

출처 : 오규원 시집, 오규원 시전집, 문학과지성사, 2017.

 

🍎 해설

오규원 시인(1941~2007, 향년 66)은 아름다운 서정시를 많이 남겼다. 아직도 팬이 많다.

 

이 시는 시인의 인생관이 살짝 비쳐지는 시다. 시인은 자신을 꽃으로 가정한다. 꽃밭도 없는 창문 밑에서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면서도 벽을 타고 올라 창문을 똑똑똑 두드리며 타인과의 소통을 즐겨하는 삶을 꿈꾼다.

 

산골짜기 개암나무와 망개나무의 가지 사이로 다람쥐처럼 얼굴을 내밀었다가 숨겼다가 하면서 사는 겸손한 삶을 꿈꾼다.

 

물새와 함께 조약돌처럼 물새알처럼 작지만 동그랗게 원만한 삶을 꿈꾼다.

아주 쉬운 시어와 아름다운 시적 운률이 조화를 이룬 서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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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꽃이라면

어디에서

피어야 할까

 

한참 자라서

벽을 타고 올라

창문을

똑 똑 똑

두드리며

피어야할까

 

다람쥐처럼

잠깐 잠깐

얼굴을 내밀었다가

숨겼다가 하면서

피어야 할까

 

물새와 함께

조약돌처럼

물새알처럼

작지만

동그랗게

피어야 할까

내가 만약 꽃이라면 어디에서 피어야 할까
창문을 똑똑똑 두드리며 피어야 할까
다람쥐처럼 잠깐 잠깐 얼굴을 내밀었다가
조약돌처럼 작지만 동그랗게 피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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