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철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휴식이 필요하다. 벚꽃 그늘 아래에 앉아 보자.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 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 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 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 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 놓고
구름처럼 하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 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 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 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 통장도 벗어 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 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 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
❄출처 : 이기철 시집, 『별까지는 가야 한다』,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 해설
누구나 일상이 주는 삶의 무게와 어려움으로 지쳐 있는 수가 많이 있다. 벚꽃이 피고 있다. 일상의 굴레를 벗어 놓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놓으면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금년 봄, 벚꽃 아래 벤치에서 일상의 무게를 한번 내려놓아 보자. 휴식의 시간을 한번 가져 보자.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분명히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휴식이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 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 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 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 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 놓고
구름처럼 하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