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정끝별 사막거북

무명시인M 2023. 11. 8.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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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끝별 사막거북.

정끝별 사막거북. 사막거북의 생존전략에서 배운다.

사막거북

/정끝별

사막에서 물을 잃는 건 치명적인 일이다

 

가물에 콩 나듯 사막에서 만나는 풀이나 선인장에게 병아리 눈물만큼의 물을 얻어 몸속에 모았다가 위험에 빠지면 그마저도 다 버린다

 

살기 위해 배수진을 치는 것이다

 

나도 슬픔에 빠지면 몸속에 모았던 물을 다 비워낸다 쏟아내고서야 살아남았던 진화의 습관이다

 

어떤 것은 버렸을 때만 가질 수 있고

어떤 것은 비워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쏟아내고서야 단단해지는 것들의 다른 이름은?

 

돌처럼 단단해진 두 발을 본 적이 있다

피딱지가 엉겨 있었다

 

어느 거리였을까

어느 밥벌이 전쟁터였을까 🍒

 

출처 : 정끝별 시집, 모래는 뭐래, 창비, 2023.

 

🍎 해설

사막거북은 극한 상황에 대비해 몸속에 물을 저장한다. 하지만 위험에 빠지면 그마저도 다 버린다. 그것이 생존전략이다.

 

이 시는 동물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 이야기다. 밥벌이 전쟁터에서, 생존경쟁 전쟁터에서 누군가는 생존하기 위해서 몸속에 모았던 눈물을 다 비운다. 다 쏟아내야 살아 남는다. 허리띠를 바싹 졸라매야 산다. 일단 살아남아야 하는 사막거북의 생존전략이 우리 사회의 도처에서 발견된다.

 

이 시는 현대시학사 주최 2021년 제22회 현대시작품상 수상작 10편 중 1편으로 뽑혔다.

 

정끝별 시인은 2023, 이 시가 수록된 모래는 뭐래시집을 내면서 이렇게 썼다.

 

한 날개는 금세 도망칠 쪽으로

한 날개는 끝내 가닿을 쪽으로

기우뚱,

 

날개 밖 풍파의 서사를

날갯짓의 리듬에 싣고

깃털까지 들썩이는

그 새에 대해

 

누가 노래할까?

 

다행이야

, 아직 울 수 있어서

20235

정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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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에 콩 나듯 사막에서 만나는 풀이나 선인장에게 병아리 눈물만큼의 물을 얻어 몸속에 모았다가 위험에 빠지면 그마저도 다 버린다

 

나도 슬픔에 빠지면 몸속에 모았던 물을 다 비워낸다 쏟아내고서야 살아남았던 진화의 습관이다

 

쏟아내고서야 단단해지는 것들의 다른 이름은?

 

돌처럼 단단해진 두 발을 본 적이 있다

피딱지가 엉겨 있었다

어느 거리였을까

어느 밥벌이 전쟁터였을까

병아리 눈물만큼의 물을 얻어 몸속에 모았다가 위험에 빠지면 그마저도 다 버린다
슬픔에 빠지면 몸속에 모았던 물을 다 비워낸다
어떤 것은 비워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쏟아내고서야 단단해지는 것들의 다른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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