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홍수희 그늘만들기

무명시인M 2023. 11. 4.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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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희 그늘만들기.

홍수희 그늘만들기.  친구밖에 없다. 서로의 그늘 아래 쉬어 가자.

그늘만들기

/홍수희

8월의 땡볕
아래에 서면
내가 가진 그늘이
너무 작았네
 
손바닥 하나로
하늘 가리고
애써 이글대는
태양을 보면
홀로 선 내 그림자
너무 작았네
 
벗이여,
이리 오세요
홀로 선 채
이 세상 슬픔이
지워지나요
 
나뭇잎과 나뭇잎이
손잡고 한여름 감미로운 그늘을
만들어 가듯
우리도 손깍지를
끼워봅시다
 
네 근심이
나의 근심이 되고
네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될 때
 
벗이여,
우리도 서로의
그늘 아래 쉬어 갑시다 🍒
 
❄출처 : 홍수희 시집, 『생일을 맞은 그대에게』, 해드림출판사, 2019.
 

🍎 해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은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친구밖에 없다.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는 친구. 네 근심이 나의 근심이 되고 네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될 수 있는 그런 친구.
 
벗이여,
나뭇잎과 나뭇잎이 손잡고 한여름 감미로운 그늘을 만들어 가듯 우리도 손깍지를 끼워봅시다.
 
벗이여,
우리도 서로의
그늘 아래 쉬어 갑시다
 
시인은 이 시가 수록된 시집을 내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흰 눈이 펄펄 내리는 겨울에 태어난 사랑스러운 당신께, 꽃빛 봄날에 태어난 곱디고운 당신께, 해바라기의 품위를 지니고 태어난 특별한 당신께, 나무가 붉게 물드는 가을에 태어난 참으로 소중한 당신께 이 시집을 바칩니다.
꼭 기억해주세요,
당신은 이 세상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오직 한 사람이란 걸……“
 

벗이여,
우리도 서로의
그늘 아래 쉬어 갑시다

 

🌹 참고 음악: 동행
https://youtu.be/qeFhh16gcMY?si=dVOAhj84cRqJw9rv

내가 가진 그늘이 너무 작았네
나뭇잎과 나뭇잎이 손잡고 한여름 감미로운 그늘을 만들어 가듯
우리도 손깍지를 끼워봅시다
벗이여, 우리도 서로의 그늘 아래 쉬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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