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끝별 사막거북. 사막거북의 생존전략에서 배운다.
사막거북
/정끝별
사막에서 물을 잃는 건 치명적인 일이다
가물에 콩 나듯 사막에서 만나는 풀이나 선인장에게 병아리 눈물만큼의 물을 얻어 몸속에 모았다가 위험에 빠지면 그마저도 다 버린다
살기 위해 배수진을 치는 것이다
나도 슬픔에 빠지면 몸속에 모았던 물을 다 비워낸다 쏟아내고서야 살아남았던 진화의 습관이다
어떤 것은 버렸을 때만 가질 수 있고
어떤 것은 비워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쏟아내고서야 단단해지는 것들의 다른 이름은?
돌처럼 단단해진 두 발을 본 적이 있다
피딱지가 엉겨 있었다
어느 거리였을까
어느 밥벌이 전쟁터였을까 🍒
❄출처 : 정끝별 시집, 『모래는 뭐래』, 창비, 2023.
🍎 해설
사막거북은 극한 상황에 대비해 몸속에 물을 저장한다. 하지만 위험에 빠지면 그마저도 다 버린다. 그것이 생존전략이다.
이 시는 동물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 이야기다. 밥벌이 전쟁터에서, 생존경쟁 전쟁터에서 누군가는 생존하기 위해서 몸속에 모았던 눈물을 다 비운다. 다 쏟아내야 살아 남는다. 허리띠를 바싹 졸라매야 산다. 일단 살아남아야 하는 사막거북의 생존전략이 우리 사회의 도처에서 발견된다.
이 시는 현대시학사 주최 2021년 제22회 현대시작품상 수상작 10편 중 1편으로 뽑혔다.
정끝별 시인은 2023년, 이 시가 수록된 『모래는 뭐래』 시집을 내면서 이렇게 썼다.
한 날개는 금세 도망칠 쪽으로
한 날개는 끝내 가닿을 쪽으로
기우뚱,
날개 밖 풍파의 서사를
날갯짓의 리듬에 싣고
깃털까지 들썩이는
그 새에 대해
누가 노래할까?
다행이야
응, 아직 울 수 있어서
2023년 5월
정끝별
가물에 콩 나듯 사막에서 만나는 풀이나 선인장에게 병아리 눈물만큼의 물을 얻어 몸속에 모았다가 위험에 빠지면 그마저도 다 버린다
나도 슬픔에 빠지면 몸속에 모았던 물을 다 비워낸다 쏟아내고서야 살아남았던 진화의 습관이다
쏟아내고서야 단단해지는 것들의 다른 이름은?
돌처럼 단단해진 두 발을 본 적이 있다
피딱지가 엉겨 있었다
어느 거리였을까
어느 밥벌이 전쟁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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