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김남조 시계

무명시인M 2023. 10. 1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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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 시계.

김남조 시계. 인생의 애수가 짙게 깔려 있는 시.

시계

/김남조

그대의 나이 90이라고
시계가 말한다
알고 있어, 내가 대답한다
그대는 90살이 되었어
시계가 또 한 번 말한다
알고 있다니까,
내가 다시 대답한다
 
시계가 나에게 묻는다
그대의 소망은 무엇인가
 
내가 대답한다
내면에서 꽃피는 자아와
최선을 다하는 분발이라고
 
그러나 잠시 후
나의 대답을 수정한다
사랑과 재물과 오래 사는 일이라고
 
시계는 즐겁게 한판 웃었다
그럴 테지 그럴 테지
그대는 속물 중의 속물이니
그쯤이 정답일 테지……
시계는 쉬지 않고 저만치 가 있었다 🍒
 
❄출처 : 김남조 시집, 『충만한 사랑』, 열화당, 2017.
 

🍎 해설

사람과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한국 현대시의 지평을 넓힌 김남조 시인이 어제 2023년 10월 10일 별세했다(향년 96세). 여성 시단의 최고 원로이자, 1,000여 편의 시를 쓰며 펜을 놓지 않았던 영원한 현역. 시인은 ‘사랑’의 가치를 역설하는 작품으로 차갑게 식은 한국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어 왔다.
 
이 시 ‘시계’는 2017년, 제29회 정지용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우리가 매일 들여다보는 시계 속에서 우리를 향해 묻고 있는 ‘그대의 소망은 무엇인가?’ 라는 실존적 물음에 대하여 시인은 번민하며 전전반측하고 있다.
 
이 시는 쉽지만 깊은 인생의 애수가 짙게 깔려 있다.
이 시에는 생명에 대한 순응 또는 생의 쓰라린 긍정을 통해서 삶의 고독과 허무와 무상을 이겨내려는 안간힘을 형상화하고 있다. 시인의 인생과 생명에 대한 깊은 사유와 고뇌를 잘 형상화하고 있는 우수작품이다.
 
지금 이 순간, 시계가 ‘그대의 소망은 진실로 무엇인가?’라고 당신에게 묻는다면 당신의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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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나에게 묻는다
그대의 소망은 무엇인가
 
내가 대답한다
내면에서 꽃피는 자아와
최선을 다하는 분발이라고
 
그러나 잠시 후
나의 대답을 수정한다
사랑과 재물과 오래 사는 일이라고
 
시계는 즐겁게 한판 웃었다
그럴 테지 그럴 테지
시계는 쉬지 않고 저만치 가 있었다

시계가 나에게 묻는다 그대의 소망은 무엇인가
내가 대답한다 내면에서 꽃피는 자아와
사랑과 재물과 오래 사는 일이라고
시계는 쉬지 않고 저만치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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