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윤동주 소년

무명시인M 2023. 9. 19.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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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소년.

윤동주 소년. 내적 성찰을 담은 윤동주 시인의 사랑시.

소년

/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씻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
 
❄출처 : 윤동주 시집, 『윤동주 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스타북스, 2019.
 

🍎 해설

이 시는 아름답다. 파란 하늘빛이 얼굴에 물들고, 다시 손에 물들고, 손금은 강물이 되고 그 강물 속에 순이 얼굴이 보이고…… 그러나 이 시 속에는 윤동주의 고뇌가 서려 있다.
소년은 하늘을 들여다본 후에 파란 물감이 묻어나는 손바닥에서, 알 수 없는 운명의 길 ― 강물이 흐르는 것을 본다. 그 강물에는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런데 ‘사랑처럼 슬픈 얼굴’이다.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그렇다. 고뇌와 좌절의 길 위에서 꿈꾸어 보는 일시적으로 행복한 그리움이기 때문이다.
 
윤동주의 다른 시들처럼 이 시를 관통하는 정서는 ‘부끄러움’이다. 일제 강점기라는 불우한 시대에 지식인으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그것을 극복하고자 치열하게 내적으로 갈등하는 모습을 여러 시에서 고백하고 있다.
 
어두운 한 시대를 한 점 부끄럼이 없이 살아가기를 소망하면서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윤동주 시인. 윤동주 시인은 자신의 사랑 감정조차 부끄러워 한 것으로 보인다. 그 시대에는 사랑이 슬픈 것으로 결론이 난다는 것을 괴로워한 듯하다. 이 시는 자신의 소년으로서의 솟아오르는 연애 감정에 대해 내적 성찰을 했던 시적 고뇌를 아름답게 형상화한 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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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둑뚝 떨어진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흐르고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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