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문정희 흙

무명시인M 2023. 7. 2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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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흙.

문정희 흙. 흙을 예찬한다.

/문정희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라

심장 저 깊은 곳으로부터

눈물 냄새가 차오르고

이내 두 눈이 젖어온다

 

흙은 생명의 태반이며

또한 귀의처인 것을 나는 모른다

다만 그를 사랑한 도공이 밤낮으로

그를 주물러서 달덩이를 낳는 것을 본 일은 있다

또한 그의 가슴에 한 줌의 씨앗을 뿌리면

철 되어 한 가마의 곡식이 돌아오는 것도 보았다

흙의 일이므로

농부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지 않고

겸허하게 농사라고 불렀다

 

그래도 나는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면

 

눈물샘 저 깊은 곳으로부터

슬프고 아름다운 목숨의 메아리가 들려온다

하늘이 우물을 파놓고 두레박으로

자신을 퍼 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

 

출처 : 문정희 시집,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민음사, 2004.

 

🍎 해설

*도공 : 도자기 만드는 사람

이 시는 의 속성인 생명의 태반귀의처에 주목하고 있다. 자신의 희생을 통해 생명을 탄생시키고 성장시키는 을 예찬하고 있다.

 

첫째 연에서 시인은 흙이 가진 것 중 제일 부러운 것이 흙의 이름이라 말하고 있다. '흙 흙 흙'하고 흙을 부르면 '심장 저 깊은 곳으로부터/ 눈물 냄새가 차오르고/ 이내 눈이 젖어온다라고 하여, 아픔과 희생의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눈물을 통해서 흙의 아픔에 대해 노래한다.

 

둘째 연에서 시인은 흙은 생명의 태반이며/ 또한 귀의처인 것을 나는 모른다라고 화두를 꺼낸다. 이 표현은 이 생명을 탄생시키고 키우는 모태이며, 언젠가는 돌아와서 의지할 곳임을 반어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도공이 흙으로 달항아리를 빚고 농부가 흙에 씨앗을 뿌려 한 가마의 곡식을 수확하는 흙의 속성을 형상화하고 있다. 농부가 기적을 농사라고 부르는 것도 흙의 겸허함과 닮았다.

 

세 번째연은 첫 번째연의 내용을 처음에는 반복한다. '흙 흙 흙'하고 흙을 부르면 '눈물샘 저 깊은 곳으로부터/ 슬프고 아름다운 목숨의 메아리가 들려 온다. 그 메아리 속에서 창조주인 하늘이 우물을 파 놓고 두레박으로/ 자신을 퍼 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고 함으로써 흙의 아픔과 희생에 대한 공감을 시적으로 압축하고 있다.

 

🌹뮨정희 시인

저 유명한 김지하 시인은 생존 시, 문정희 시인을 시 귀신이라고 불렀다. 문정희 시인은 김지하 시인이 자신을 시성詩聖이나 시선詩仙으로 부르지 않고 시 귀신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서 은근히 좋아하는 눈치였다.

출처 : 김지하 사랑 얘기, 김지하 시집, 새벽강, 시학,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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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라

심장 저 깊은 곳으로부터

눈물 냄새가 차오르고

이내 두 눈이 젖어온다

 

흙은 생명의 태반이며

또한 귀의처인 것을 나는 모른다

다만 그를 사랑한 도공이 밤낮으로

그를 주물러서 달덩이를 낳는 것을 본 일은 있다

또한 그의 가슴에 한 줌의 씨앗을 뿌리면

철 되어 한 가마의 곡식이 돌아오는 것도 보았다

흙의 일이므로

농부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지 않고

겸허하게 농사라고 불렀다

흘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라
흙은 생명의 태반이며 또한 귀의처인 것을 나는 모른다
흙의 일이므로 농부는 그것을 겸허하게 농사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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