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삼 민간인.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 담겨있는 시.
민간인
/김종삼
1947년 봄
심야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 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 🍒
❄출처 : 김종삼 시집, 『김종삼전집』, 나남, 2005.
🍎 해설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다. 이 시에는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 담겨 있다.
때는 1947년. 한국전쟁이 터지기 3년 전. 38선이 남과 북을 가로막고 있을 때다. 북한에 살던 한 가족이 심야에 황해도 해주의 바다에서 조그만 배를 타고 월남을 시도한다.
사공이 명령했다. ‘작은 소리라도 나면 우린 다 죽는다.’ 젖먹이가 밤바다 바람이 차가워서 울음을 터뜨린다. 생사의 기로. 아기 입을 틀어막고 있던 젊은 어미나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아비가 아마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시인은 해주 바다를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이라고 표현함으로써 해주 바다에 영아를 던진 어미나 아비를 변호하고 있다. 시 제목을 <민간인>이라고 붙임으로써 민간인에게는 죄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것은 가족만의 비밀이 되어 스무 몇해가 지나도록 가슴에만 묻고 지내야 하는 일이 되고 말았다.
비극의 현실을 과장없이 있는 그대로 그려낸 우수작품이다.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라고 함으로써 우리에게 분단의 비극, 전쟁의 비극을 생각해 보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1947년 봄
심야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 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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