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행복 1. 마음이 치유되는 시.
행복 1
/나태주
1
딸아이의 머리를 빗겨주는
뚱뚱한 아내를 바라볼 때
잠시 나는 행복하다
저의 엄마에게 긴 머리를 통째로 맡긴 채
반쯤 입을 벌리고
반쯤은 눈을 감고
꿈꾸는 듯 귀여운 작은 숙녀
딸아이를 바라볼 때
나는 잠시 더 행복하다.
2
학교 가는 딸아이
배웅하러 손잡고 골목길 가는
아내의 뒤를 따라가면서
꼭 식모 아줌마가
주인댁 아가씨 모시고 가는 것 같애
놀려 주면서 나는 조금 행복해진다
딸아이 손을 바꿔 잡고 가는 나를
아내가 뒤따라 오면서
꼭 머슴 아저씨가
주인댁 아가씨 모시고가는 것 같애
놀림을 당하면서
나는 조금 더 행복해진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알에이치코리아, 2017.
🍎 해설
딸아이는 따스하고 가득하다. 누군가를 살아가게 하는 이유이다. 이 시에는 부모가 딸아이에게 주고 싶은 마음, 부모가 딸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 부부가 서로 식모 아줌마, 머슴 아저씨라고 놀려 먹는 것이 아름답기 그지 없다.
아내가 있다는 행복, 자녀가 있다는 그 행복과 삶의 현장감이 조용히 마음에 와 닿는 시다.
우리는 흔히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 시에서 노래한 진정한 행복을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데에도...
이미 우리는 모두가 행복한 사람들이다. 시인이 이 시의 제목을 ‘행복 1’이라고 굳이 붙인 이유를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학교 가는 딸아이
배웅하러 손잡고 골목길 가는
아내의 뒤를 따라가면서
꼭 식모 아줌마가
주인댁 아가씨 모시고 가는 것 같애
놀려 주면서 나는 조금 행복해진다.
딸아이 손을 바꿔 잡고 가는 나를
아내가 뒤따라 오면서
꼭 머슴 아저씨가
주인댁 아가씨 모시고가는 것 같애
놀림을 당하면서
나는 조금 더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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