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홍윤숙 사는 법 1

무명시인M 2023. 7. 8.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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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숙 사는 법 1.

홍윤숙 사는 법 1. 사는 법을 미리 알면서 사는 것은 아니다.

사는 법 1

/홍윤숙

잠자는 법 눈뜨는 법

걸음 걷는 법

하루에 열두 번도 하늘 보는 법

이를 빼고 솜 한 뭉치 틀어막는 법

한 근씩 살 내리며 앓는 법 배워요

 

눈물의 소금으로 혓바닥 절이며

열 손가락 손톱마다 동침 꽂고 손 흔드는

이별법도 배워요

입술 꼭꼭 깨물며 눈으론 웃고

목구멍 치미는 악 삼키는 법도 배워요

 

가슴 터져나도 천 리(千里)긴 강물 붕대로 감고

하루에 열두 번씩 죽는 법 배워요 🍒

 

​❄출처 : 홍윤숙 시집, 사는 법, 열화당, 1983.

 

🍎 해설

인간은 누구나 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살아 왔으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왜 사는가?”.

어렴풋하나마 이런 생각을 가끔씩 한다.

 

정답은 없다. 시인은 이 시에서 그런 고민의 은밀한 속살을 보여주고 있다.

눈물의 소금으로 혓바닥 절이며/열 손가락 손톱마다 동침 꽂고 손 흔드는/ 이별법’. ‘가슴 터져나도 천 리(千里)긴 강물 붕대로 감고/ 하루에 열두 번씩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 사는 법이라고 노래한다.

 

현실의 혹독함을 회피하지 않고 지칠줄 모르는 정열과 희망의 출구를 항상 탐색하고 있는 시인의 사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서정적 요소가 배제된 언어만을 사용하고 연약하지 않은 시적 역동성을 구사한 점이 인상적이다.

 

인생엔 연습이 없다. 사는 법이란 원래 사는 법을 알면서 그 법 조문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살다보니 그것이 사는 법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이 시의 정체성이라고 하겠다.

 

잠자는 법 눈뜨는 법

걸음 걷는 법 배워요

 

눈물의 소금으로 혓바닥 절이며

열 손가락 손톱마다 동침 꽂고 손 흔드는

이별법도 배워요

 

가슴 터져나도 천 리(千里)긴 강물 붕대로 감고

하루에 열두 번씩 죽는 법 배워요

잠자는 법 눈뜨는 법 배워요
이를 빼고 솜 한 뭉치 틀어막는 법  배워요
눈물의 소금으로 혓바닥 절이며 손 흔드는 이별법도 배워요
강물 붕대로 감고 하루에 열두 번씩 죽는 법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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