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숙 사는 법 1. 사는 법을 미리 알면서 사는 것은 아니다.
사는 법 1
/홍윤숙
잠자는 법 눈뜨는 법
걸음 걷는 법
하루에 열두 번도 하늘 보는 법
이를 빼고 솜 한 뭉치 틀어막는 법
한 근씩 살 내리며 앓는 법 배워요
눈물의 소금으로 혓바닥 절이며
열 손가락 손톱마다 동침 꽂고 손 흔드는
이별법도 배워요
입술 꼭꼭 깨물며 눈으론 웃고
목구멍 치미는 악 삼키는 법도 배워요
가슴 터져나도 천 리(千里)긴 강물 붕대로 감고
하루에 열두 번씩 죽는 법 배워요 🍒
❄출처 : 홍윤숙 시집, 『사는 법』, 열화당, 1983.
🍎 해설
인간은 누구나 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살아 왔으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왜 사는가?”.
어렴풋하나마 이런 생각을 가끔씩 한다.
정답은 없다. 시인은 이 시에서 그런 고민의 은밀한 속살을 보여주고 있다.
‘눈물의 소금으로 혓바닥 절이며/열 손가락 손톱마다 동침 꽂고 손 흔드는/ 이별법’. ‘가슴 터져나도 천 리(千里)긴 강물 붕대로 감고/ 하루에 열두 번씩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 사는 법이라고 노래한다.
현실의 혹독함을 회피하지 않고 지칠줄 모르는 정열과 희망의 출구를 항상 탐색하고 있는 시인의 사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서정적 요소가 배제된 언어만을 사용하고 연약하지 않은 시적 역동성을 구사한 점이 인상적이다.
인생엔 연습이 없다. 사는 법이란 원래 사는 법을 알면서 그 법 조문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살다보니 그것이 사는 법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이 시의 정체성이라고 하겠다.
잠자는 법 눈뜨는 법
걸음 걷는 법 배워요
눈물의 소금으로 혓바닥 절이며
열 손가락 손톱마다 동침 꽂고 손 흔드는
이별법도 배워요
가슴 터져나도 천 리(千里)긴 강물 붕대로 감고
하루에 열두 번씩 죽는 법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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