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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무명시인M 2023. 6. 28.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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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신경림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시.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신경림

어려서 나는 램프불 밑에서 자랐다

밤중에 눈을 뜨고 내가 보는 것은

재봉틀을 돌리는 젊은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뿐이었다

나는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다

조금 자라서는 칸델라불 밑에서 놀았다

밖은 칠흑 같은 어둠

지익지익 소리로 새파란 불꽃을 뿜는 불은

주정하는 험상궂은 금점꾼들과

셈이 늦는다고 몰려와 생떼를 쓰는 그

아내들의 모습만 돋움새겼다

소년 시절은 전등불 밑에서 보냈다

가설극장의 화려한 간판과

가겟방의 휘황한 불빛을 보면서

나는 세상이 넓다고 알았다, 그리고

 

나는 대처로 나왔다

이곳 저곳 떠도는 즐거움도 알았다

바다를 건너 먼 세상으로 날아도 갔다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들었다

하지만 멀리 다닐수록, 많이 보고 들을수록

이상하게도 내 시야는 차츰 좁아져

내 망막에는 마침내

재봉틀을 돌리는 젊은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의

실루엣만 남았다

 

내게는 다시 이것이

세상의 전부가 되었다. 🍒

 

출처 : 신경림 시집,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창비, 1998.

 

🍎 해설

유년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통해 삶의 근원이 되는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훌륭한 작품이다.

 

시인은 과거를 정지된 추억으로 여기지 않고 그 과거를 현재 속에 되살려 내고 있다. 이 점이 이 시를 빛나게 하고 있다.

 

신경림 시인은 이 시를 자신의 5대 명시 중 하나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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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나는 램프불 밑에서 자랐다

밤중에 눈을 뜨고 내가 보는 것은

재봉틀을 돌리는 젊은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뿐이었다

 

나는 대처로 나왔다

이곳 저곳 떠도는 즐거움도 알았다

하지만 멀리 다닐수록, 많이 보고 들을수록

이상하게도 내 시야는 차츰 좁아져

내 망막에는 마침내

재봉틀을 돌리는 젊은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의

실루엣만 남았다

 

내게는 다시 이것이

세상의 전부가 되었다.

어려서 나는 램프불 밑에서 자랐다. 밤중에 눈을 뜨고 내가 보는 것은
재봉틀을 돌리는 젋은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 뿐이었다.
하지만 멀리 다닐수록 내 망막에는 재봉틀을 돌리는 젊은 어머니와
내게는 다시 이것이 세상의 전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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