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돌 속의 별. 돌에도 얼굴이 있다.
돌 속의 별
/류시화
돌의 내부가 암흑이라고 믿는 사람은
돌을 부딪쳐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돌 속에 별이 갇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돌이 노래할 줄 모른다고 여기는 사람은
저물녘 강의 물살이 부르는 돌들의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 노래를 들으며 울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사람이다
돌이 차갑다고 말하는 사람은
돌에서 울음을 꺼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 냉정이 한 때 불이었다는 것을 잊은 사람이다
돌이 무표정하다고 무시하는 사람은
돌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안으로 소용돌이치는 파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 무표정의 모순어법을 🍒
❄출처 : 류시화 시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문학의숲, 2012.
🍎 해설
돌은 전혀 생명성이 없는 광물체다. 이런 광물체에 시인은 무한한 생명성과 긍정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유를 한다. 시인은 투명한 의식의 시선으로 돌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그 속에 있는 별과 교감하며 돌들의 노랫소리를 듣는다.
시인은 낮은 자세로 귀기우려 돌의 얼굴을 바라보며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 하찮은 돌을 통해서 우리의 의식에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져 있는 편견과 편협을 뚫어내고 서로 진정한 소통을 해 보자는 시인의 호소가 시 전편에 흐른다.
이문재 시인은 이렇게 해설한다.
“류시화의 시는 일상 언어들의 직조를 통해, 어렵지 않은 보통의 구문으로 신비한 세계를 빚어내고 있다. 바로 이점이 그의 시의 주요한 미덕이다. 낯익음 속에 감춰져 있는 낯섦의 세계를 발견해내는 것. 이것이 시의 가장 큰 역할이 아닐까.
이 시 「돌 속의 별」도 그런 류시화 시 세계의 연장선상에서 ‘낯익음 속에 감춰져 있는 낯섦의 세계를 발견’한 사유의 증표이다.”
돌의 내부가 암흑이라고 믿는 사람은
돌 속에 별이 갇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돌이 차갑다고 말하는 사람은
돌에서 울음을 꺼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 냉정이 한 때 불이었다는 것을 잊은 사람이다
돌이 무표정하다고 무시하는 사람은
돌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