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

한용운 님의 침묵

무명시인M 2023. 3. 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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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의 침묵. 시인이자 독립투사인 만해 한용운 시인의 대표작.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출처 :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회동서관(匯東書館) 초판, 1926.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재판, 1934.

 

🍎 해설

해마다 3.1절이 되면 한용운 시인의 명시 님의 침묵을 다시 읽어보게 된다. 만해(萬海) 한용운(1879~1944)은 일제 강점기 시대를 살다 간 시인이요, 승려였고 불굴의 독립투사였다. 조선의 땅덩어리가 하나의 감옥인데 어떻게 불 땐 방에서 편히 살겠느냐며 한용운은 냉골의 거처에서 꼿꼿하게 앉아 지냈다. 그래서 '저울추'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조선총독부가 마주 보이는 쪽으로 집을 지을 수 없다며 자택을 북향으로 지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이 시 님의 침묵은 한용운 시인의 대표작이다. 겉으로는 남녀간의 아기자기한 사랑의 애환을 노래하면서, 그 심층에는 일제 강점기에 조국을 빼앗긴 현실과 민족을 되찾으려는 끈질긴 극복의지를 담고 있다. 임을 상실한 아픔과 비극적 현실의 쓰라림을 기다림과 희망의 철학, 사랑과 평화의 사상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국으로 상징되는 님은 침묵하고 있다. 침묵한다는 것은 언제든지 다시 입을 열 수 있다는 뜻이다. 곧 님이 침묵한다는 것은 조국의 암울한 현실을 의지가 있다면 언젠가는 벗어날 수 있다는 확신의 표현이다. 독립에의 확신을 민족에게 호소하고 있는 명시다.

 

사랑하는 ''을 떠나보내어 슬프지만 떠난 이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믿음에 다시 희망을 품는다는 내용을 역설법을 활용하여 강조하고 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들리지 않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 시는 ''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의 말소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의 얼굴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뜻을 역설법으로 노래하고 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자신이 ''을 보내고 싶어서 보낸 것이 아니며, 마음 속에서는 ''이 떠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사랑·자유·평등·독립·평화의 깊이 있는 사상성과 역설법 등 방법론적인 예술성의 조화가 돋보이는 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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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목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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