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김종길 성탄제

무명시인M 2022. 12. 25.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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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 성탄제.

김종길 좋은 시 성탄제. 성탄절에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해 주는 시.

성탄제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ㅡ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

 

출처 : 19554현대문학에 발표. 김종길 시집, 솔개, 시인생각, 2013.

 

🍎 해설

소년시절의 어느 날 밤, 나는 심한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 열에 시달리는 어린 나를 위해 아버지는 흰 눈을 헤치며 산수유 열매를 따오셨다. 산수유 열매는 고열에 약효가 있다. 그 산수유 열매를 찾아 혹한 속의 눈 덮인 산을 헤매셨을 아버지를 잊을 수가 없다.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던 나는 이제 서른 살이 되었다. 이 나이에도 나는 아버지의 그 서느런 옷자락, 헌신적인 사랑을 잊을 수 없다.

 

병든 자식을 살리기 위하여 아버지가 눈 덮인 산 속을 헤치고 산수유 열매를 따오던 그 밤을 나는 사랑과 헌신의 성탄제의 밤과 같은 의미로 생각한다.

오늘은 성탄절이다. 크리스찬이 아닌 사람들도 이 시를 읽으면서 가족의 소중함, 사랑과 헌신의 의미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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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ㅡ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슈유 열매

 

젊은 아버지의 서늘한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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