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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수 12월의 독백. 마음을 어루 만져주는 송년시.
12월의 독백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
❄출처 : 오광수 시집, 『어제보다 아름다운 오늘』, 타임비, 2015.
🍎 해설
어느덧 팬데믹 3년차 연말이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습관처럼 ‘벌써?’라는 말을 되뇌이곤 한다. 올 한해 동안의 회한이 밀려온다.
그러나 이 얼마나 기쁜 이야기인가?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어제보다 아름다운 오늘이고, 금년보다 아름다운 내년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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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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