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최승호 북어

무명시인M 2022. 12. 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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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북어

최승호 좋은 시 북어.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비판적 고백.

북어

/최승호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

 

출처 : 최승호 시집, 얼음의 자서전, 문예광장, 2014.

 

🍎 해설

이 시는 시장 건어물 가게에 진열된 북어의 모습을 통해, 획일화되고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삶에 대해 비판하고 반성하는 작품이다.

생명력을 잃은 현대인의 무기력한 모습,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이 시의 느닷없이 이후부터는 현대인에 대한 비판 뿐만아니라 세상에 대한 비판정신과 삶의 목표를 잃어버리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자기 자신에 대한 비판적 고백으로 결론을 맺고 있다.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이게 모파상의 반전이다.

 

사실은 나도 가끔 이런 북어가 되고 마는 경험을 하며 살고 있다. 청진동 해장국 골목길에서 또는 퇴근길의 지하철 9호선에서 경험한다. 전동차 손잡이를 죽 잡고 서 있는 승객들이 북어가 되어 일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다는 환각에 사로 잡힌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 승객들이 바로 나에게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 나도 북어다! 그렇지만 계속 죽은 채로 지내지는 않으련다. 오늘 밤 집에 가서 재충전한 후 내일에는 시장통에 살아서 나오겠다. 말의 변비증 같은 것은 나는 잘 모르겠다. 옛날 얘기 아닌가? 삶을 재충전을 하게 해 주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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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터무니 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입을 벌리고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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