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조병화 공존의 이유

무명시인M 2022. 12. 1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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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공존의 이우.

조병화 공존의 이유.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랑의 거리두기.

 

공존의 이유

/조병화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

 

출처 : 조병화, 조병화 시집, 범우사, 1996.

이 시집에는 공존의 이유라는 제목으로 두 편이 실려 있다. 이 시는 12쪽에 실려 있는 시다. 편의상 공존의 이유 2’라고 명명한다.

 

🍎 해설

반어법이다. 반대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은 인간은 고독한 존재이므로 서로 사귀며,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자는 것이다.

 

코로나 감염병 시대를 맞아 사랑의 거리두기를 노래한 이 시는 새삼스레 주목을 받게 되었다. 코로나 시대에 전 세계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몸살을 앓고 있다. 전 지구촌 사람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이 시에서 얘기하는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의 문화 속에서 살게 되었다. 그것도 손바닥 악수가 아니고 주먹 악수만 하고서.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는 인간관계의 거리두기, 사랑의 거리두기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마음껏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인간관계를 절실하게 그리워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공존의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언텍트, 비대면의 시대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사람들은 이 시의 반어법의 진정한 뜻을 느끼게 되었다.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이 반어법에 숨어 있는 진정한 뜻을 추구하게 되었다.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는그렇게는 살지 못하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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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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