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좋은 시 그대에게 가고 싶다. 사랑은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는 것이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출처 : 안도현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 푸른숲, 2002.
🍎 해설
*무장무장: 점점 더욱 더
이 시의 방아쇠는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곁눈질하지 않는 게 사랑이다. 일편단심이 사랑이다. 그리고 사랑이란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이다. 사랑이란 정면에 서는 게 아니라 옆에 서는 것이다.동행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그대는 오늘도 이 두 가지 사랑의 기본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가까이 가라.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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