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신경림 세밑

무명시인M 2022. 12. 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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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세밑.

신경림 세밑. 연말에는 누구에게나 새해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생긴다. 그 이유는?

세밑

/신경림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뒤돌아본다

푸섶길의 가없음을 배우고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새소리의 기쁨을 비로소 안 한 해를

비탈길을 터벅거리며 뒤돌아본다

 

저물녘

내게 몰아쳐온 이 바람 무엇인가

송두리째 나를 흔들어놓는

이 폭풍 이 바람은 무엇인가

 

눈도 귀도 멀게 하는

해도 달도 멎게 만드는

이것은 무엇인가

 

자리에 누워 뒤돌아본다

만나는 일의 설레임을 알고

마주 보는 일의 뜨거움을 알고

헤어지는 일의 아픔을 처음 안 한 해를

 

꿈속에서 다시 뒤돌아본다

삶의 뜻으로

또 새로 본 이 한 해를 🍒

 

출처 : 신경림 시집, 달 넘세, 창비 , 1985.

 

🍎 해설

*세밑: 연말. 세모(歲暮).

어느덧 연말이 다가온다. 12월이 되면 누구나 올 한 해를 되돌아 보게 된다. 푸섶길, 풀숲길이란 다사다난했던 길이었다는 뜻이다. 푸섶길의 가없음을 배웠다. 이말은 다사다난했던 길이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길이었다. 그래도 인간은 누구나 걸어가야 하는 길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푸섶길을 걸었던 시인은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새소리의 기쁨을 비로소 안 한 해였다. 그 비밀은 무엇인가? 송두리째 자신을 흔들어놓고 눈과 귀를 멎게 만든 폭풍 때문이다. 폭풍 같은 사랑 때문이다.

 

시인은 네 번째 연에서 만나는 일의 설레임을 알고/ 마주 보는 일의 뜨거움을 알고/ 헤어지는 일의 아픔을 처음 안시간이라고 노래하며 자신을 몰아친 사랑의 감정을 담담하게 정리한다. 그는 헤어지는 일의 아픔을 처음 안 한 해라는 짧은 시어로 자신의 이별의 아픔을 묻어 버린다.

 

마침내 시인은 세밑에서 사랑과 희망을 발견한다. 마지막 연에서 꿈속에서 다시 뒤돌아본다/ 삶의 뜻으로/ 또 새로 본 이 한 해를이라고 노래함으로써 지나간 한 해는 이별의 아픔을 겪은 고통이었지만 그 고통은 새해를 살아가는 힘을 주었다고 결론을 내린다. 세모에는 누구에게나 새해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생긴다. 새 해에도 가없는 푸섶길이 계속되겠지만 세모에는 어쩔 수 없다. 그대여, 세밑에는 희망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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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뒤돌아본다

푸섶길의 가없음을 배우고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새소리의 기쁨을 비로소 안 한 해를

비탈길을 터벅거리며 뒤돌아본다

 

자리에 누워 뒤돌아본다

만나는 일의 설레임을 알고

마주 보는 일의 뜨거움을 알고

헤어지는 일의 아픔을 처음 안 한 해를

 

꿈속에서 다시 뒤돌아본다

삶의 뜻으로

또 새로 본 이 한 해를

푸섶길의 가없음을 배우고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헤어지는 일의 아픔을 처음 안 한 해를
삶의 뜻으로 또 새로 본 이 한 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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