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좋은 시 바닥에 대하여.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바닥과 부딪히며 살아간다.
바닥에 대하여
/정호승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
❄출처 : 정호승 시집, 『이 짧은 시간 동안』, 창비, 2004.
🍎 해설
정호승 시인은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해 온 시인이다. 낮은 곳에 임한 사람들의 실상을 따뜻하게 담아내 온 시인이다. 시인은 사랑을 노래하면서도 언제나 상처, 고통, 바닥, 어려움, 낮은 곳을 생각한다. 긍휼의 시 정신이 강한 시인이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바닥’과 부딪히며 살아간다. 바닥에 닿았을 때의 생존법은 무엇인가? 바닥에서 탈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시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바닥은 더 이상 좌절, 절망이 아니라고 말한다. 바닥은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말한다.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시인은 노래한다. 역설적인 것 같지만 바닥은 절망의 밑바닥이 아니라 바닥은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는 시인의 시적 에스프리는 바닥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것이다.
결국 삶의 한 과정에서 바닥이라고 생각될 때,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는 그런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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