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효근 좋은 시 5월의 느티나무. 이 세상 첫 소감을 발음하는 저 연초록 입술들과 키스하고 싶다.
5월의 느티나무
/복효근
어느 비밀한 세상의 소식을 누설하는 중인가
더듬더듬 이 세상 첫 소감을 발음하는
연초록 저 연초록 입술들
아마도 지상의 빛깔은 아니어서
저 빛깔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초록의 그늘 아래
그 빛깔에 취해선 순한 짐승처럼 셀레는 것을
어떻게 다 설명한다냐
바람은 살랑 일어서
햇살에 부신 푸른 발음기호들을
그리움으로 읽지 않는다면
내 아득히 스물로 돌아가
옆에 앉은 여자의 손을 은근히 쥐어보고 싶은
이 푸르른 두근거림을 무엇이라고 한다냐
정녕 이승의 빛깔은 아니게 피어나는
5월의 느티나무 초록에 젖어
어느 먼 시절의 가갸거겨를 다시 배우느니
어느새
중년의 아내도 새로 새로워져서
오늘은 첫날이겠네 첫날밤이겠네 🍒
❄출처 : 복효근 시집, 『목련꽃 브라자』, 천년의시작, 2015.
🍎 해설
화사했던 벚꽃도 꽃잎이 다 지고 새로운 연초록 녹음이 우거져 우리를 에워싼다. 초록은 우리에게 힐링의 색이다.
무조건 연초록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날
스물이 푸르른 물결처럼 두근거리는 날
이 세상 첫 소감을 발음하는 저 연초록 입술들
첫날밤으로 뛰어들고 싶은 날.
5월은 느티나무와 같이 귀한 존재다. 5월의 느티나무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 고급가구로 쓰이는 느티나무처럼 귀중한 5월을 보내고 싶다. 이 세상 첫 소감을 발음하는 연초록 저 연초록 입술들과 입맞춤하고 싶다. 5월엔 매일 첫날밤을 보내고 싶다.
어느 비밀한 세상의 소식을 누설하는 중인가
더듬더듬 이 세상 첫 소감을 발음하는
연초록 저 연초록 입술들
내 아득히 스물로 돌아가
옆에 앉은 여자의 손을 은근히 쥐어보고 싶은
이 푸르른 두근거림을 무엇이라고 한다냐
5월의 느티나무 초록에 젖어
어느새
중년의 아내도 새로 새로워져서
오늘은 첫날이겠네 첫날밤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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