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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좋은 시 범어사의 새벽 종소리

무명시인M 2022. 5. 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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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좋은 시 범어사의 새벽 종소리. Source: www. pexels. com

서정주 좋은 시 범어사의 새벽 종소리. 재미있다. 한국인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 명시다.

범어사의 새벽 종소리

/서정주

칠십 년 전이던가 어느 새벽에

범어사(梵魚寺)의 새벽 종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을 때

스무 살 남짓한 애숭이 중 한 녀석이

고기도 먹고 싶고

여자도 하고 싶고

돈도 갖고 싶고

또 양껏 자유(自由)지랄도 해보고 싶어

장거리로 도망쳐나온 지

어언 50년이 됐는데 말야.

 

몇 해 전이던가

이 녀석은 그 한많은 일생의 막을 닫어

죽어서는 그 팔자로

밤에도 살금살금 기어다니는

한 마리의 도둑고양이가 되어서 말야.

 

어젯밤 새벽 달빛엔

울려퍼지는 범어사 새벽 종소리에

냐웅 냐웅 냐웅 냐웅 되게는 울어

다시 애숭이중이 되고 싶은 소원을

애절하게 뇌까려대고 있더군.

범어사 가까운 동래구 낙민동의

어느 쓰레기통 옆에서 말야. 🍒

(1990. 2. 22. 부산 동래의 '우리들병원'에서)

 

출처 : 서정주 시집, 서정주 시선집(김화영 엮음), 시와시학사, 2001.

 

🍎 해설

우리 한국인들은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윤회 사상 비슷한 생각을 누구나 갖고 있다.

시인은 그런 윤회사상 비슷한 생각을 모파상의 단편소설처럼 스토리가 있게 묘사하고 있다.

 

우선 이 시의 시어들의 우리말이 아름답다. “인간이 만든 것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은 모차르트의 음악과 미당 서정주의 시이다.”(문학평론가 이남호). 이 시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살린 시다.

 

그리고 이 시는 한국인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 시다.

나는 이 시를 읽고 번뜩 드는 생각이 나는 고기도 먹고 싶고, 여자도 하고 싶고, 돈도 갖고 싶고, 자유지랄도 하고 싶어서 파계한 적이 많은데 혹시 죽어서 도둑고양이가 되는게 아닐까였다. 이건 잡스러운 내 생각이고 여러분은 실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시는 비교적 유명한 시가 아니다. 문학평론가들도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쓰레기통 옆이나 풀숲 속에 숨어 있는 한국문학의 걸작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만큼 재미있고 뇌리에 오래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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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남짓한 애숭이 중 한 녀석이

고기도 먹고 싶고

여자도 하고 싶고

돈도 갖고 싶고

또 양껏 자유지랄도 해보고 싶어

장거리로 도망쳐나온 지

어언 50년이 됐는데 말야.

 

이 녀석은 그 한많은 일생의 막을 닫어

밤에도 살금살금 기어다니는

한 마리의 도둑고양이가 되어서 말야.

 

다시 애숭이중이 되고 싶은 소원을

애절하게 뇌까려대고 있더군.

부산 동래 범어사 모습. 사진: 범어사 홈페이지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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