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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좋은 시 사랑의 지옥

무명시인M 2022. 1. 4.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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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좋은 시 사랑의 지옥. Source: www. pexels. com

유하 좋은 시 사랑의 지옥. 사랑에 빠진 사람은 호박꽃 속에 갇힌 꿀벌의 신세가 된다.

사랑의 지옥

/유하

정신없이 호박꽃 속으로 들어간 꿀벌 한 마리

나는 짓궂게 호박꽃을 오므려 입구를 닫아 버린다

꿀의 주막이 금세 환멸의 지옥으로 뒤바뀌었는가

노란 꽃잎의 진동이 그 잉잉거림이

내 손끝을 타고 올라와 가슴을 친다

 

그대여, 내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나가지도 더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사랑

이 지독한 마음의 잉잉거림,

난 지금 그대 황홀의 캄캄한 감옥에 갇혀 운다 🍒

 

출처 : 유하 시집, 세상의 모든 저녁, 민음사, 1999.

 

🍎 해설

사랑하는 것은 황홀한 지옥을 경험하는 일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호박꽃 속에 갇힌 꿀벌'의 처지가 된다.

 

정신없이 호박꽃 속으로 들어간 꿀벌 한 마리오므려 입구를 닫아 버림으로써 황홀의 캄캄한 감옥에 갇혀버린다. ‘노란 꽃잎의 진동이 그 잉잉거림이 내 손 끝을 타고 올라와 가슴을 친다’.

 

이 캄캄한 감옥, 이 사랑의 지옥이 왜 이리 아름다운지...

 

🌹 김용택 시인의 해설

유하는 <말죽거리 잔혹사> <쌍화점> 등 영화를 만든 감독이기도 하다. 배짱도 좋다. 영화판이 어떤 곳이라고 거기서도 성공을 거두었다. 아마 유하는 가슴속에 잉잉거리는 호박벌 떼를 키우고 있는지 모른다. 호박벌 떼를 가두어두고 있으니, 속이 얼마나 잉잉거리고 복잡하고 뜨겁겠는가. 그는 그런 자기의 속을 황홀한 감옥이라고 말한다.

 

- 김용택 편저, 시가 내게로 왔다3, 마음산책, 2010에서 발췌.

 

🌹 유하 시인 

유하(1963년 생)는 시인이자 영화 감독. 본명은 김영준이다. 2004년부터 동국대학교 영상정보통신대학원 영화영상제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1988년 문예중앙을 통해 시단에 등단했으며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으로 김수영 문학상을 받았다. 그 밖에 출간한 시집으로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무림일기,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세상의 모든 저녁, 안 이쁜 신부도 있나 뭐, 천일, 산문집으로 이소룡 세대에 바친다가 있다.

시대의 정신과 풍경을 시의 언어로 포착해냈다.

 

1992년 자신의 시집과 같은 제목의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를 연출해 영화계에 데뷔했다. 그 후, 2004 말죽거리 잔혹사 각본 / 감독, 2008 쌍화점 각본 / 감독, 2012 하울링 각본 / 감독 등의 영화 작품들을 생산했다.

 

이제는 시를 쓰지 않으니 시인이라고 불러도 좋을지? 영화 감독에서 다시 시인으로 복귀하지는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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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호박꽃 속으로 들어간 꿀벌 한 마리

나는 짓궂게 호박꽃을 오므려 입구를 닫아 버린다

 

그대여, 내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나가지도 더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사랑

난 지금 그대 황홀의 캄캄한 감옥에 갇혀 운다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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