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이문재 좋은 시 혼자의 팬데믹

무명시인M 2021. 12. 11. 06:09
728x90
반응형

이뮨재 좋은 시 혼자의 팬데믹. Source: www. pexels. com

이문재 좋은 시 혼자의 팬데믹.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무엇일까?

혼자의 팬데믹

/이문재

혼자 살아본 적 없는

혼자가 혼자 살고 있다

 

혼자 떠나본 적이 없는

혼자가 저 혼자 떠나고 있다

 

혼자가 혼자들 틈에서 저 혼자

혼자들을 두고 혼자가 자기 혼자

 

사람답게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저마다 삶을 살고 있다

 

춤과 노래가 생겨난 이래

지구 곳곳에서 마음 안팎에서

처음 마주하는 사태다

 

이 낯선 처음이 마지막인지

아니면 이것이 진정 새로운 처음인지

혼자서는 깨닫기 힘든 혼자의 팬데믹이다 🍒

 

출처 : 이문재, 혼자의 팬데믹, 이문재 시집 혼자의 넓이, 창비, 2021.

 

🍎 해설

시대를 앞서가는 이문재 시인이 금년에 7년만에 신작 시집을 냈다. 혼자의 넓이라는 시집이다. 이 시는 이 시집의 저자의 말로 발표되었다.

 

시인은 코로나19 팬데믹을 혼자의 팬데믹으로 정의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 금지, 마스크 착용, 혼밥, 혼술 등이 일상화된 현실은 혼자 살아본 적 없는 혼자가 혼자 살고 있다로 묘사한다. 시인은 팬데믹 시대의 현실에 대해 정면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이 낯선 처음이 마지막인지 아니면 이것이 진정 새로운 처음인지 혼자서는 깨닫기 힘든 혼자의 팬데믹이다.

 

시인은 혼자라는 말을 통해 혼자 살아가는 시대와 존재들을 환기시킨다. 혼자 있어보니 혼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혼밥 혼술은 좋은 것이 아니다. 한자의 한가지 ()’ 자에는 한집에서 밥을 같이 먹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식사 모임 등을 옛날처럼 자주 가질 수도 없다. 차 한잔 같이 마시자고 전화하기조차 어려워져 버렸다. 떨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의 모임조차 서로 눈치를 보면서 멀리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째를 시작하려 하고 있다. 더욱이 오미크론이다, 확진자수가 장난이 아니다로 팬데믹은 세계적으로 깊어만 간다.

 

혼자의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어떤 것이야만 하는가? 삶의 윤리는 무엇인가? 수 많은 너와 나의 관계는 어떤 것이야만 하는가? 팬데믹 시대의 2021년 송년의 밤은 착잡할 뿐이다. 나름대로 삶의 자기 철학과 방식을 만들어 나가는 수 밖에 없다.

 

🌹 이문재 시인의 생각

지난 20212월 강화도에 들어가 한달을 혼자 지냈다. 이른바 한달살이’. 밀린 원고를 정리한다는 핑계를 대고 짐을 꾸렸다. 결혼한 지 35년 만에 처음 해보는 자취생활’. 불편하고 낯설었지만 설레기도 했다.

 

외진 곳이어서 사회적 거리 두기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웠던 것은 편의점이 가까이에 있었다는 것. 혼자 살아보니 편의점의 역할이 대단했다. 편의점은 거대한 냉장고를 넘어 엄마에 가까웠다. 음식을 비롯해 일상생활과 관련된 거의 모든 편의를 제공했다.

 

혼자살이의 진면목은 밥상에서 드러났다. 생각과 달리 혼자 먹는 밥, 소위 혼밥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김밥을 데워 먹을 때는 소풍 가던 날 아침 어머니가, 쌀밥을 전자레인지에서 꺼낼 때는 늙은 아버지가, 만둣국을 먹을 때는 명절 전날 저녁처럼 온 가족이 나타났다. 혼밥은 독상이 아니었다. 최소한 겸상이었다.

 

매일 혼밥을 한다면 그 삶은 비정상이다. 나는, 그가 누구와 밥을 먹는지 알면 그가 어떤 삶을 사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행복한 사람과 밥상을 마주하는 사람은 행복해질 확률이 매우 높다. 행복한 밥상이 행복한 삶의 명백한 증거 중 하나다.

 

1인가구, 독거노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같은 신조어가 귀에 익는 동안 혼밥이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혼밥은 반사회적이다. 공동체, 대동사회의 ()’ 자에는 한집에서 밥을 같이 먹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 이문재 시인의 언론 기고문(20218)에서 발췌.

 

혼자 살아본 적 없는

혼자가 혼자 살고 있다

 

춤과 노래가 생겨난 이래

지구 곳곳에서 마음 안팎에서

처음 마주하는 사태다

 

이 낯선 처음이 마지막인지

아니면 이것이 진정 새로운 처음인지

혼자서는 깨닫기 힘든 혼자의 팬데믹이다

Source: www. pexels. 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