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학 좋은 시 백수. 당신은 백수 경험이 없는가.
백수
/안상학
요즘 아내의 방문 여닫는 소리 자꾸만 크게 들린다.
도대체 뭘 해요 쿵, 뭐 좀 이렇게 해봐요 쿵,
부글부글 속 끓이다가 끽, 뭐라 목젖을 잡아당기다가도 끼익,
한숨 한 번 내쉴 양이면 그마저 문소리에 끼여 끽,
문소리가 격해질수록 나는 벙어리가 되어간다.
쿵, 하는 문소리 사그라지는 틈으로 아내의 목소리
아이더러, 아빠 식사하세요 해, 하는 말 엿듣고 눈물난다.
❄출처 : 안상학, 백수, 안동소주, 걷는사람, 2019.
🍎 해설
남자로서 눈치를 보고 살아간다는 것 만큼 고달픈 건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이 백수가 되어 방글라대시 여행(이 방 저 방 굴러다니며 대시)중에 있을 때 아내의 눈치를 보며 사는 순간을 남자들은 가장 두려워 한다.
시인은 백수가 아내의 눈치보는 정경을 쿵 하는 소리로 한참 리얼하게 그려가다가 느닷없이 반전의 카드를 내민다. 직접 밥 먹으라고 해도 될 것인데, "아이더러, 아빠 식사해요 해,"라는 말을 문틈으로 새어들어오는 말로 듣게 만든다. 독자들은 사랑, 가정의 소중함을 깊숙히 깨닫는다. 가정이 있는 한 백수가 되어도 기 죽지 않고 살아날 수 있다.
2020~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엄청나게 많이 늘어 났다. 재택근무 남편들이여. 그대들은 이 시에서 말하는 백수와 비슷하다. 여러분의 아내는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하루 종일 여러분을 삼식이 오식이(원두커피 서비스) 어린이로 보살펴야 한다. 자유를 빼앗기고 잔일이 엄청나게 많이 늘어난다. 아내가 방문을 쿵 하고 여닫지는 않겠지만 아내에게 작심하고 잘해 주시기 바란다.
요즘 아내의 방문 여닫는 소리 자꾸만 크게 들린다.
도대체 뭘 해요 쿵, 뭐 좀 이렇게 해봐요 쿵,
쿵, 하는 문소리 사그라지는 틈으로 아내의 목소리
아이더러, 아빠 식사하세요 해, 하는 말 엿듣고 눈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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