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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 좋은 시 참깨를 털면서

무명시인M 2021. 8. 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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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 좋은 시 참깨를 털면서. Photo Source; www. pixabay.com

김준태 좋은 시 참깨를 털면서.인생을 사는 법.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산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도시에서 십 년을 가차이 살아본 나로선

기가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댄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 번만 기분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출처 : 김준태, 참깨를 털면서, 시집 참깨를 털면서, 창작과 비평사, 1977.

 

🍎 해설

도시에서 십 년을 가차이 살아본 시인이 밭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털고 있다. 시인은 신나게, 쾌감을 느끼며, 정신없이 참깨를 턴다. 처음에는 집에 돌아가고 싶어 귀찮아하며 털었다. 그러나 한 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를 보면서 세상사에서 맛보기 어려운 쾌감을 느끼고 참께를 털었다.

 

정신없이 신나게 참깨를 터는 시인을 보고 할머니는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되느니라. 하신다. 시인이 자신이 털어놓은 깨무지를 보니 깨꼬투리목채로 떨어져 누워 있다. 다시 털어야 한다.

시인은 문득 깨닿는다. 일은 참깨를 털듯이 순리에 따라 노력하며 해야지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인생도 참깨를 털듯이 순리의 흐름대로 노력하면서 사는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

 

시인은 율동감이 넘치는 자기체험적인 농촌 정경을 통하여 인간의 근원적인 과제를 부담없이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인간사의 교훈을 도덕 교과서로 만들지 않고서정시로 승화시킨 아름다운 시다.

 

산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도시에서 십 년을 가차이 살아본 나로선

기가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댄다.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Photo Source; www.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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