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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좋은 시 감나무. 당신의 그리움은 어떤 그리움인가요?
감나무
/ 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람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 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년인데 …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것이다
그러기에 봄이면 새순도
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워보는 것이다
❄출처 : 이재무, 감나무, 얼굴: 이재무 시선집, 천년의 시작, 2018.
🍎 해설
우리는 대체로 고향을 버리고 온 사람들이다. 도망 기차를 타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고향을 떠나 온 사람들이다. 그래서 누구나 감나무 한 그루를 담고 살아간다.
고향의 감나무는 그리움을 먹고 산다. 우리도 가슴 속에 그 어떤 그리움을 담고 산다.
고향집의 감나무는 떠나버린 주인이 그리워서 봄이면 새순도 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워본다.
당신의 가슴 속의 감나무 새순은 누가 그리워서 또 무엇이 그리워서 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워보는 것입니까?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봄이면 새순도
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워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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