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좋은 시 장미와 가시. 당신의 인생은 장미인가요 가시인가요?
장미와 가시
/김승희
눈먼 손으로 나의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 투성이었어
가시 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 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수 있을까
장미 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요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 투성이를 지나
장미 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송이의 장미 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 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 인가를.
❄출처 : 김승희, 장미와 가시, 흰 나무 아래의 즉흥; 김승희 문학선, 나남출판, 2014.
🍎 해설
6월의 담장마다 붉은 장미가 만발해 있다. 내 삶을 되돌아 본다. 예쁜 장미만 있었겠는가? 남들은 모르는 수 많은 가시가 내 몸에, 내 가슴에 박혀 있다.
눈먼 손으로 삶을 만져 보면 가시 위에 피어 있을 장미꽃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품게 된다.. 그러나 만져지는 것은 가시투성이이고 장미꽃은 볼 수 없다. 눈먼 손으로 봤기 때문이다. 장미와 가시는 우리 삶에 공존한다. 장미와 가시는 서로 구분이 되지 않는 내 삶의 궤적일 뿐이다.
눈먼 손이기에 고통은 희망이 될 수 있고, 희망 또한 고통이 될 수 있다. 시인은, 삶이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우리에게 질문한다. 정답이 있겠는가. 결국 장미와 가시가 우리의 인생이므로 삶의 운명을 받아 들이고 치열한 삶을 살 것을 생각해 보게 된다.
🌹 고은 시인의 감상문
고대의 수레바퀴 같은 시인, 환상과 사변이 충돌하는 시인. 어제 쓴 시가 오늘 진부해져 다시 시를 갈망하는 영원한 미완성의 시인. 날마다 광기가 필요한 시인. 그러므로 날마다 도인의 역설로 허탈해지는 시인. 그런데 그의 시는 사랑의 분모(分母) 위에서 온갖 가능성이 피어난다.
'눈먼 손' 이라, 그런 손으로 삶을 만지라니, 만져보니 삶은 가시투성이라니. 장미와 가시의 오랜 모순으로 한송이 장미를 갈망한다.
- 고은 시인의 언론 기고문에서 발췌.
눈먼 손으로 나의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 투성이었어
가시 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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