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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배 좋은 시 냉이꽃. 우리 들녘에 냉이꽃은 지천으로 많다.
냉이꽃
/이근배
어머니가 매던 김밭의
어머니가 흘린 땀이 자라서
꽃이 된 것아
너는 사상을 모른다
어머니가 사상가의 아내가 되어서
잠 못 드는 평생인 것을 모른다
초가집이 섰던 자리에는
내 유년에 날아오던
돌멩이만 남고
황막하구나
울음으로도 다 채우지 못하는
내가 자란 마을에 피어난
너 여리운 풀은.
❄출처 : 이근배, 냉이꽃, 불은 언제나 되살아난다, 창작과비평사, 2002.
🍎 해설
우리 들판에 냉이꽃은 지천으로 많다. 생명력이 아주 강하다.
시인은 자신이 자란 마을의 냉이꽃을 관찰한다. 냉이꽃은 김밭에 엎디어 김을 매던 어머니가 흘린 땀이 자라 핀 꽃이다. 사상가의 아내인 어머니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셨다. 냉이꽃 너는 모르지만 나는 어머니의 고통을 알고 우리 민족사의 비극을 안다.
어머니와 나는 동네사람들로부터 사상가의 가족이라는 싸늘한 시선의 돌을 맞으며 살아왔다.
어머니는 그 매섭고 혹독한 세월을 이겨내고 부끄러운 듯이 흰 머리수건을 두른 냉이꽃으로 내가 자란 마을에 피어 나셨다.
우리 들녘에는 이런 백의의 모성, 이런 시련을 이겨 낸 냉이꽃 어머니들이 지천으로 많다. 어디 시인뿐이랴. 이런 냉이꽃 어머니를 잊지 못하고 회한에 젖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가 매던 김밭의
어머니가 흘린 땀이 자라서
꽃이 된 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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