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함민복 좋은 시 부부

무명시인M 2021. 6. 20. 04:09
728x90
반응형

함민복 좋은 시 부부. Photo Source: www. unsplash. com

함민복 좋은 시 부부. 부부는 어떻게 함께 살아 가야할까요?

부부 /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출처 : 함민복, 부부, 말랑말랑한 힘, 문학세계사, 2005.

 

🍎 해설

부부는 혼자서는 들 수 없는 길고 무거운 밥상을 함께 들고 가야한다. 부부는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하는 사람의 편을 살펴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배려와 양보를 해야 한다. 그러나 부부는 끝이 중요하다. 다 온 것 같다고/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끝까지 정다운 부부의 애정을 유지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부부는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또 한 발.누가 먼저 앞서 가거나 빠르게 가라고 재촉하지 말고 상대방을 변함없이 존중해 줘야 한다.

 

🌹시에 얽힌 재미있는 얘기

탄생 배경

함민복 시인은 40세 노총각 때 후배 주례를 선 적이 있다. 그때 생애 처음으로 양복을 사 입었다. 그날 주례사를 다듬어 쓴 시가 이 '부부'.

 

노총각 때 어쩜 그렇게 절절한 시를 썼습니까.

 

"친구들이 부부싸움을 하고 노총각인 나한테 상의를 많이 했어요. 부담이 없어서 그런가. 이런 식으로 상담해주죠. 집에 들어가면서 바로 잘못했다고 하면 어떡하냐. 너 혼내킬려고 별별 걸 다 연구하고 있는데 들어가면서 바로 미안해, 그럼 안 되지. 처음엔 좀 퉁기는 척하다가 나중에 '그런 것도 모르고 난' 이렇게 사과해야지..."

 

김훈 작가의 주례사

함민복 시인은 그로부터 10년 후인 50세 때 결혼을 했다. 신부도 50세였다. 주례를 맡은 남한산성 김훈 작가의 주례사가 유명하다.

 

오늘 결혼하는 함민복 시인은 고통, 고생, 가난, 외로움 속에서도 반짝이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시로써 표현해 온 시인입니다. 더 아름다운 것은 자신이 얼마나 중요하고 훌륭한 사람인지를 스스로 잘 모른다는 거지요.

신랑은 국내선 비행기도 탄 적이 없어 신혼여행지로 제주도를 가며 오늘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게 됩니다.”

긴 상이 있다 같이 들어야 한다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Photo Source: www. unsplash. com

반응형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근배 좋은 시 냉이꽃  (0) 2021.06.23
김승희 좋은 시 장미와 가시  (0) 2021.06.21
나희덕 좋은 시 푸른 밤  (0) 2021.06.19
신경림 좋은 시 낙타  (0) 2021.06.18
오규원 좋은 시 한 잎의 여자  (0) 2021.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