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나희덕 좋은 시 푸른 밤

무명시인M 2021. 6. 19.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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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좋은 시 푸른 밤.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나희덕 좋은 시 푸른 밤. 탄력과 리듬이 좋은 사랑시다.

푸른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에움길: 돌아서 가는 굽은 길.

출처 : 나희덕, 푸른 밤, 그 곳이 멀지 않다, 문학동네, 2014.

 

🍎 해설

읽으면 두근거리는 설렘이 있고 심장의 박동이 느껴지는 시다.

첫 번째 연에서 승부가 났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그 무수한 길도/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정말 멋진 대목이다.

 

둘 째연부터는 스토리와 스팩타클이 있다. 사랑에는 기쁨이나 푸른 밤만이 있는 게 아니다. 때로는 뼈아픈 아픔이 있고 사랑의 마음을 떠나고 계산을 하는 두레박질이 있다.

그러나 마지막 연에서 확실한 결론이 내린다.

나의 생애는/모든 지름길을 돌아서/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사랑만이 아닐 수 있다.나의 꿈이나 일생의 소망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랑이든 사랑하는 한 푸른 밤이다.

 

이 시는 사랑의 열정과 사랑에 대한 깨달음을 아름답게 형상화시켰다.

이를 통해 사랑, 소망, 자신이 지향하는 정신적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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