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오규원 좋은 시 한 잎의 여자

무명시인M 2021. 6. 15. 11:56
728x90
반응형

오규원 좋은 시 한 잎의 여자.Photo Source: www.pixabay.com

오규원 좋은 시 한 잎의 여자. 당신의 구원의 여신상은 무엇입니까?

한 잎의 여자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잎같이 쬐끄만 여자

그 한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잎의 솜털

그 한잎의 맑음

그 한잎의 영혼

그 한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나는 정말로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 같은 여자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출처 : 오규원, 한 잎의 여자, 시집 한 잎의 여자, 문학과지성사, 1998.

 

🍎 해설

시의 리듬감이 뛰어 난 아름다운 서정시다. 남자에게 있어 여자는 늘 신비의 대상이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 잎의 여자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다. 그래서 남자들은 시인의 구원의 여자에 대한 생각을 궁금하게 생각한다. 독자들은 시인이 말한 여자가 사실로서의 여자인지, 환상 속의 여자인지 분명치가 않기 때문에 우선 당황한다.

 

미모에 관한 언급도 전혀 없다. 용모는 물푸레나무 한잎같이 쬐끄만 여자라고 한다.(물푸레나무는 덩치에 비해 잎이 아주 작다) 그러나 이것도 실제로 여자가 키가 작고 덩치가 죄끄만 여자를 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은 금방 알아챈다. 시인은 물푸레나무의 솜털, 맑음, 영혼, , 순결, 자유를 이야기한다. 독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시인이 노래한 그 한 잎의 여자에게 매료되고 만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여자

남자들은 이게 도대체 어떤 여자인가?’ ‘이런 여자가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한 잎의 여자에게 또 매료된다.

 

남자들은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바로 한 잎의 여자를 찾아 헤매다가 끝내 만나지 못한다. 결국 남자들은 한 잎의 여자가 아닌 한 명의 여자를 만나 결혼한다.

 

오규원 시인(1941~2007, 향년 66)은 아름다운 서정시를 많이 남겼다. 아직도 팬이 많다.

 

물푸레나무 한잎같이 쬐끄만 여자

그 한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잎의 솜털

그 한잎의 맑음

그 한잎의 영혼

그 한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Photo Source: www.pixabay.com

반응형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희덕 좋은 시 푸른 밤  (0) 2021.06.19
신경림 좋은 시 낙타  (0) 2021.06.18
이정하 좋은 시 사랑의 우화  (0) 2021.06.14
안도현 좋은 시 고래를 기다리며  (0) 2021.06.12
문정희 좋은 시 남편  (0) 2021.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