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문정희 좋은 시 남편

무명시인M 2021. 6. 11.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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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좋은 시 남편. Photo Source: www.unsplash.com

문정희 좋은 시 남편. 당신은 아내에게 어떤 남편인가?

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출처 : 문정희, 남편, 지금 장미를 따라, 민음사 2016.

 

🍎 해설

한국 아내들의 남편에 대한 정의 클래식은 세 가지다.

첫째는 남편은 남의 편이다. 둘째는 하나에 점 하나 찍으면 이다. 한 이불 덮고 자는 사이인데도 마음이 갈라 서면 차가운 남이 된다. 셋째는 남편은 전생에 웬수.

 

문정희 시인은 여기에 정의 세 가지를 추가했다.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그리고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이 시는 미국에서 출판된 문정희 시인의 영역 시선집 ‘Woman on the Terrace, 2007’에 실렸고, 미국 평론가들로부터 펄펄 살아있는 한국 현대시라는 찬사를 받았다. 미국인들도 남편의 정의에 관한 한 우리와 정서가 비슷한 모양이다.

 

여성들은 이 시에 대해서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나 남성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리는 편이다.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라는 대목에서 씁슬한 미소를 짓는 남편들이 있는가 하면, “아내에게 나는 어떤 남편일까?”를 생각해 보는 착한 남편들도 있다.

 

아내 여러분, 당신의 남편은 어떤 남편입니까? 그리고 남편 여러분, 당신은 아내에게 어떤 남편입니까?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Photo Source: www.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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