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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좋은 시 목련후기. 당신의 사랑과 이별은?
목련후기
/복효근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져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 하겠다
구름에 달처럼은 가지 말라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
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더 앓고 싶어라.
❄출처 : 복효근, 목련후기, 마늘촛불, 애지, 2009.
🍎 해설
순결한 목련꽃은 그 아름다운 모습이 오래가지 못한다. 목련꽃이 질 때의 칙칙한 모습은 목련이 필 때의 아름다움과 정반대다. 시인은 여기에서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다. 금세 아물어버리는 상처는 사랑이 아니라고 시인은 말한다.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한 열흘만이라도 제대로 앓자고 시인은 노래한다.
어찌 사랑과 이별뿐이겠는가. 생각해 보면 질척거리는게 우리 인생이다. 힘들었지만 그 상처를 견뎌내면서 때로는 그 상처를 쉽게 잊어버리고 때로는 피딱지가 앉은 상처를 잊지 않고 한 열흘 제대로 앓는게 우리 인생일지도 모른다.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더 앓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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