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박목월 좋은 시 가정

무명시인M 2021. 5. 8.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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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좋은 시 가정. Photo Source: www. unsplash. com

박목월 좋은 시 가정.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아버지를 생각해 보자.

가정

/박목월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 문 삼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을 짜 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 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출처 : 박목월, 가정, 박목월 시전집, 민음사, 2003.

 

🍎 해설

예나 지금이나 아버지로, 가장으로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먹여 살려야 할 식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강아지 같은 자식들이 없었더라면 좀 더 편안하게 살 수도 있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강아지 같은 것들 때문에 힘이 난다. 아버지는 참을 수 없는 굴욕의 길도 참아내고 가장의 역할을 다해왔다. 알전등 시절에는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자녀들에게 내색을 하지 않고 따뜻한 말을 건네며 묵묵히 가정을 지켜 왔다.

 

어찌 알전등 시절뿐이겠는가. 오늘날에도 젊은 아버지들은 직장에서 매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집에 가서 애나 보라는 말도 가끔 듣는다. 판을 뒤집어 엎어놓고 싶은 충동을 하루에도 몇 번씩 느낀다. 그러나 식구들이 있기 때문에 그는 참아내고 웃으면서 귀가한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아버지들의 책임감과 가족 사랑이 있기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는지도 모른다.

 

🌹나태주 시인의 ‘100년 아버지 박목월

"짧지 않은 한국시사 100년에서

오롯이 아버지 같은 시인 한 분 꼽으라면

누구라도 서슴없이 대는 이름, 박목월

어찌 나 한 사람만 그럴까 보냐

많은 시인들 선생님에게서 아버지를 보았고

아버지를 살았고 지금도 아버지를 잊지 못한다.“

- 박목월 시인 탄생 100주년 박목월 시 정원 조성, 개원식 헌시에서, 2015.5.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Photo Source: www. unsplash.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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