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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좋은 시 즐거운 편지

무명시인M 2021. 5. 1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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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좋은 시 즐거운 편지.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황동규 좋은 시 즐거운 편지. 국민 연애시다.

즐거운 편지

/황동규

Ⅰ.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 일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Ⅱ.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출처 : 황동규, 즐거운 편지, 시집 즐거운 편지, 휴먼인북스,2003.

 

🍎 해설

이 시는 한때 국민 연애시였다. 몇몇 영화에서 이 시가 연애시로 낭송되기도 했다.

연애하는 기간 동안 또는 짝사랑하는 대상이 있는 동안 누구나 기다림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 숱한 기다림을 체험한 사람들이 이 시의 기다림과 자신의 기다림을 비교하면서 이 시를 좋아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사랑이 이루어지 못할 경우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하지만 시인은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렸다고 노래한다. 결국 영원히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노래한다. 한편 시인은 사랑을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이라고 노래한다. 매일 기다림의 사랑을 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런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고 고백했다. 실로 아름다운 연애시다.

 

🌹황동규 시인의 고백

"즐거운 편지는 1957년 교지에 실렸던 거예요. 서울고교 3학년이었고, 사모하던 여인은 1년 위의 여대생이었지요. 나는 참 현실적이었어요. 정직했지요. 김소월이나 한용운 선생처럼 영원한 사랑을 노래할 순 없겠더군요.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사랑을 해야겠다는 것, 그 의지를 담은 거죠.“

 

"즐거운 편지의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는지" 묻자, 가만히 창밖을 응시하던 그가 말했다. "왜 없을까요. 하지만 추억이란 점점 사라지는 거지요." 시인은 "그분은 미국에 사는 걸로 안다. 너무 멀고, 찾아갈 수도 없다""60년이 흘렀는데 그리움이 강렬하면 어떻게 사느냐"며 웃음지었다.

- 황동규 시인의 언론 인터뷰에서 발췌.

 

🌹황동규 시인

황동규(黃東奎, 1938~)는 시인, 영문학자(전 서울대 영문과 교수, 영문학 박사)이다. 소나기의 소설가 황순원의 장남이다. 이 시가 서울고 교지에 발표된지 1년 후인 1958, 서정주 시인이 현대문학에 이 시를 추천해 문단에 등단했다. 고교 때 공부를 엄청나게 잘 했다. 이 시를 발표한 1년 후엔 서울대학교 문리대 인문학부 수석으로 입학했다. 공부를 잘 하면 시를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황동규 시인은 훌륭한 시들을 많이 써 왔다. 서정시 외에도 독자적인 시의 맥락을 형성해 왔다고 평가받는다.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Photo Source: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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