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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좋은 시 헌 신. 당신의 그대를 향한 사랑은 헌 신인가?
헌 신
/복효근
내 마음이 그대 발에 꼭 맞는 신발 같은 거였으면 좋겠다
거친 길 험한 길 딛고 가는 그대 발을 고이 받쳐
길 끝에 안착할 수 있다면
나를 신고 찍은 그대의 족적이 그대 삶이고 내 삶이니
네가 누구냐 물으면
그대 발치수와 발가락모양을 말해주리
끝이 없는 사랑이 어디 있으리
다만 그 끝의 자세가 사랑을 규정해주리니
그대 다시 나를 돌아보거나 말거나
먼 길 함께했다는 흔적이라면
이 발 냄새마저도 따스히 보듬고 내가 먼저 낡아서
헌 신, 부디 헌신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출처 : 복효근, 헌 신, 마늘촛불, 심지, 2017.
🍎 해설
사랑의 삼각형 이론이라는 게 있다. 친밀감, 열정, 헌신. 이 세 가지 요소가 결합하여 심각형을 이룰 때 사랑이 성립된다는 이론이다.
복효근 시인은 이 세 가지 요소 중 헌신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그대에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오로지 나는 그대 곁에 헌 신, 헌신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노래한다. 시적 에스프리가 훌륭하다. 그대 발을 고이 받치고 먼 길 함께 가고 싶다는 겸허함과 헌신의 자세는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내 마음이 그대 발에 꼭 맞는 신발 같은 거였으면 좋겠다
이 발 냄새마저도 따스히 보듬고 내가 먼저 낡아서
헌 신, 부디 헌신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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