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아름다운 위반. 인정 넘치는 훈훈한 시.
아름다운 위반
/이대흠
기사양반! 저 짝으로 쪼깐 돌아서 갑시다
어 게 그란다요. 버스가 머 택신지 아요?
아따 늙은이가 무르팍이 애링께 그라재
쓰잘데기 읎는 소리하지 마시오
저번착에 기사는 도라가듬마는···
그 기사가 미쳤능갑소
노인네 갈수록 눈이 어둡당께.
저번착에도 내가 모셔다 드렸는디 🍒
❄출처 : 이대흠 시집, 『귀가 서럽다』, 창비, 2014.
🍎 해설
*쪼깐 : ’조금‘의 방언
*물팍 : ‘무르팍’의 준말, ‘무릎’.
*애리다 : ‘아리다’. 아프다.
*쓰잘데기 : ‘쓸데’의 방언.
전라도의 시골 마을 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무릎이 아픈 한 노인 승객과 버스 운전기사가 주고받은 대화다.
무릎이 아픈 노인은 한 걸음이라도 덜 걷고 싶어서 “저 쪽으로 조금 돌아서 갑시다” 버스 기사에게 부탁한다. 기사 아저씨는 “버스가 뭐 택시인지 아시오?” 면박을 준다.
“저번에는 기사가 돌아가드마는···” 무릎 사정을 봐서 저번 기사는 돌아가 주었다고 혼잣말을 한다. 그러자 “그 기사가 미쳤는가봐요” 그렇게 돌아서 간 기사가 교통규칙 위반을 했다고 거절한다.
그러나 마지막 연에 이르러 모파상의 반전이 일어난다. “노인네 갈수록 눈이 어둡다니까. 저번에도 내가 모셔다 드렸는데“, 버스 기사는 지난번처럼 저쪽으로 돌아서 노인을 내려 드리려는 ‘아름다운 위반’을 마음먹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가 상실해 가고 있는 삶의 온기와 인정과 희망을 가득 느끼게 하는 시다.
기사양반! 저 짝으로 쪼깐 돌아서 갑시다
어 게 그란다요. 버스가 머 택신지 아요?
아따 늙은이가 무르팍이 애링께 그라재
쓰잘데기 읎는 소리하지 마시오
저번착에 기사는 도라가듬마는··
그 기사가 미쳤능갑소
노인네 갈수록 눈이 어둡당께.
저번착에도 내가 모셔다 드렸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