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장석남 입춘 부근

무명시인M 2023. 10. 1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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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입춘 부근.

장석남 입춘 부근. 벼락치듯 나를 전율시킨 감동의 시 구절.

입춘 부근

/장석남

끓인 밥을
창가 식탁에 퍼다놓고
커튼을 내리고
달그락거리니
침침해진 벽
문득 다가서며
밥 먹는가,
앉아 쉬던 기러기들 쫓는다
 
오는 봄
꽃 밟을 일을 근심한다
발이 땅에 닿아야만 하니까 🍒
 
❄출처 : 장석남 시집,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 창비, 2017.
 

🍎 해설

벼락처럼 나를 전율시킨 감동의 시 구절이 있다. 장석남 시인의 ‘꽃 밟을 일을 근심한다’이다.
 
일부러 꽃을 밟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봄에 길가의 틈에 돋아나는 꽃과 풀을 자신도 모르게 밟을 수는 있다. 특히 보도블록 사이에서 얼굴을 내미는 작은 풀과 이름없는 꽃은 의식하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밟고가는 일이 많다.
 
어디 입춘 부근뿐이겠는가?
걸어다니려면 발이 땅에 닿아야만 하는데, 발을 들고 다닐 수도 없고, 땅만 보면서 꽃을 피해 다닐 수도 없고, 참 봄마다 난감한 고민에 휩싸일 수 밖에 없는 시인의 마음이다.
 
그들도 생명이니 얼마나 아플까라고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작은 것들은 알게 모르게 무시하거나  밟는 일이 얼마나 비일비재한가?
 
‘꽃 밟을 일을 근심한다’는 시 구절은 벼락처럼 나를 전율시킨 감동의 시 구절 한 편이 되었다.
 
장석남 시인은 이 시가 수록된 장석남 시집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로 2018년 제18회 지훈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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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봄
꽃 밟을 일을 근심한다
발이 땅에 닿아야만 하니까

앉아 쉬던 기러기를 쫓는다
오는 봄
꽃 밟을 일을 근심한다
발이 땅에 닿아야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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