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정희성 여기 타오르는 빛의 성전이

무명시인M 2023. 10. 16.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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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성 여기 타오르는 빛의 성전이. 사진은 SNU 미디어 갤러리 제공.

정희성 여기 타오르는 빛의 성전이. 유명한 서울대학교 찬가.

여기 타오르는 빛의 성전이

/정희성

그 누가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이마가 시원한 봉우리

기슭이마다 어린 예지의 서기가

오랜 주라기(朱羅紀)의 지층을 씻어내린다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리듯이

관악의 이마에 흐르는 보배로운 기름이여

영원한 생명의 터전이여

 

겨레의 염원으로 기약한 이 날

헤어졌던 이마를 비로소 마주대고

여기 새로 땅을 열어

한 얼의 슬기를 불 밝히니

「진리는 나의 빛」

이 불이 밝히는

오 한 세대의 확고한 길을 보아라

온갖 불의와 사악과

어둠의 검은 손이 눈을 가릴 때에도

그 어둠의 정수리를 가르며 빛나던 예지여

역사의 갈피마다 슬기롭던

아 우리 서울대학교

 

뼈 있는 자의 길을 보아라

뼈 있는 자가 남기는 이념의 단단한 뼈를 보아라

저마다 가슴 깊이 사려둔 이념은

오직 살아 있는 자의 골수에 깃드니

속으로 트이는 이 길을

오 위대한 세대의 확고한 길을 보아라

만년 웅비의 새 터전

이 영봉(靈峰)과 저 기슭에 어린 서기를

가슴에 서리담은 민족의 대학

불처럼 일어서는 세계의 대학

이 충만한 빛기둥을 보아라

온갖 어두움을 가르며

빛이 빛을 따르고

뼈가 뼈를 따르고

산이 산을 불러 일어서니

또한 타오르는 이 길을

영원한 세대의 확고한 길을 보아라

 

겨레의 뜻으로 기약한 이 날

누가 조국으로 가는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민족의 위대한 상속자

아 길이 빛날 서울대학교

타오르는 빛의 성전 예 있으니

누가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

 

출처 : 정희성 시집,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창작과비평사, 2006.

 

🍎 해설

정희성 시인의 가장 유명한 시는 저문 강에 삽을 씻고가 아니다. 사실은 이 시가 가장 유명하다.

 

서울대학교는 관악산 기슭으로 캠퍼스 이전을 확정한 후 197142일에 관악 종합캠퍼스 기공식을 개최하였으며, 이 시는 바로 이때 당시 서울대 재학생이던 정희성 학생이 지어 발표한 축시이다.

 

"누가 조국으로 가는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라는 구절이 가장 유명하다. 명시라고 평가할 수 있다. 흔히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는 변형된 구절로 회자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까지 서울대학교의 상징이자, 서울대인의 사회적 책무를 잘 나타내는 시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시는 서울대 재학생들이나 서울대 출신들에게 보약 겸 독약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보약은 서울대인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라는 메시지로 작용할 때이다. 독약으로는 서울데인의 자만심을 부추기는 메시지로 작용할 때이다.

현재로서는 서울대/서울대생이 중심이 된 뭔가 부정적인 사건이 터졌을 때 조롱조로 인용되는 빈도가 잦다.

 

“그 누가 조국으로 가는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고 우리 사회에 자신 있게 이야기하기 전에 “조국으로 가는 길이 어두워지면 관악을 보고 싶다”라는 사람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서울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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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가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역사의 갈피마다 슬기롭던

아 우리 서울대학교

 

누가 조국으로 가는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민족의 위대한 상속자

아 길이 빛날 서울대학교

 

누가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그 누가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누가 조국으로 가는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민족의 위대한 상속자 아 길이 빛날 서울대학교
누가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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