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안도현 스며드는 것

무명시인M 2023. 9. 23.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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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스며드는 것.

안도현 스며드는 것. 가족 간의 사랑을 성찰하게 해 주는 시.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 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출처 : 안도현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 창비, 2008.
 

🍎 해설

안도현 시인의 시 중 유명한 시다.
간장게장은 다른 음식들과 달리 오랜 시간 살 속에 양념이 스며들어 만들어지는 음식이다.
이 시에는 몇 날 며칠을 뜨거운 간장 속에 몸을 담그고 뱃속 알들을 지켜내려 몸부림치는 모성의 눈물겨움이 스며들어 있다. 스며드는 것은 예고도 소리도 없다. 피할 수도 없다.
 
마침내 순응할 수밖에 없음을 알아차린 어미꽃게는 알들에게 세상의 마지막 인사말을 건넨다. '아기들아, 두려워하지 말아라, 저녁이니 불 끄고 엄마의 품에서 함께 자자'.
 
꽃게의 절박한 모성애가 담겨 있다. 이 시가 수록된 시집에서 음식은 함께 살았던 사람들이고 그들과 남긴 기억이다. 시인은 음식을 통해 사람을 불러 냄으로써 편안하고 따뜻했던 공동체의 원형을 복원하고 사람들이 서로를 아끼는 고운 마음을 고스란히 살려내고 있다. 조용하고 정성스럽게 밥을 짓던 어머니의 손길이 느껴진다. 가족 간의 사랑과 따뜻한 소통을 성찰하게 해 주는 깊이있는 시다.
 
*후일담: 이 시가 인터넷에서 널리 알려지면서 '애처로워서 그 좋아하는 간장게장을 먹기 힘들어졌다'라는 엄살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시인은 '그런 감정이 들면 내 함정에 걸린 것'이라고 말하며, 본인은 여전히 게장을 잘 먹는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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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 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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