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사랑해서 외로웠다. 나는 외로웠다. 한순간도 빠짐없이...
사랑해서 외로웠다
/이정하
나는 외로웠다.
바람 속에 온몸을 맡긴
한 잎 나뭇잎.
때로 무참히 흔들릴때,
구겨지고 찢겨지는 아픔보다
나를 더 못 견디게 하는 것은
나 혼자만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외로움이었다.
어두워야 눈을 뜬다.
혼자일때, 때로 그 밝은 태양은
내게 얼마나 참혹한가.
나는 외로웠다.
어쩌다 외로운 게 아니라
한순간도 빠짐없이 외로웠다.
그렇지만 이건 알아다오.
외로워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라는 것.
그래, 내 외로움의 근본은 바로 너다.
다른 모든 것과 멀어졌기 때문이 아닌
무심히 서 있기만 하는 너로 인해,
그런 너를 사랑해서 나는,
나는 하염없이 외로웠다. 🍒
❄출처 : 이정하 시집, 『사랑해서 외로웠다』, 자음과모음, 2005.
🍎 해설
이정하 시인은 사랑이 시의 근간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는 사랑의 기쁨, 사랑의 아픔, 이별의 순간, 그리움, 체념 등의 사랑에 감정에 충실하고 있다.
이 시도 이정하 특유의 사랑시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결국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라며 외로움을 표한다. 사랑은 고통과 동반한다. “어두워야 눈을 뜬다.혼자일 때, 때로 그 밝은 태양은 내게 얼마나 참혹한가. 나는 외로웠다. 어쩌다 외로운 게 아니라 한순간도 빠짐없이 외로웠다.”
나는 혹시 나를 사랑하는 너만을 사랑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무심히 서 있기만 하는 너를 고통스럽게 생각한 건 아니었을까?
사랑의 열병을 앓아보지 않은 사람은 이런 사랑의 아픔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너무나 사랑해서 한 번도 외로워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이 시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두워야 눈을 뜬다.
혼자일때, 때로 그 밝은 태양은
내게 얼마나 참혹한가.
나는 외로웠다.
어쩌다 외로운 게 아니라
한순간도 빠짐없이 외로웠다.
그렇지만 이건 알아다오.
외로워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라는 것.
그래, 내 외로움의 근본은 바로 너다.
다른 모든 것과 멀어졌기 때문이 아닌
무심히 서 있기만 하는 너로 인해,
그런 너를 사랑해서 나는,
나는 하염없이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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